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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과 ‘무한도전’의 아이템 선정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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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과 ‘무한도전’의 아이템 선정 방향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5.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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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의 양대 산맥인 KBS ‘1박2일’과 MBC ‘무한도전’이 지난주 모처럼 둘 다 좋은 아이템을 내보냈다. ‘1박2일’은 전교생이 8명뿐인 강원도 정선 운치분교 학생들을 찾아가 물놀이를 하고 다음날 이들과 함께 봄소풍을 떠나는 내용이었다. ‘무한도전’도 경주 보물찾기편을 통해 멤버들이 퀴즈를 풀며 경주의 문화재를 이해해갔다. 둘 다 재미와 함께 의미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률도 동반상승했다.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여섯 남자(현재는 다섯)들이 벌이는 유치한 장난이 대중에게 위안을 주었다. 연예계에는 멋있고 잘난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바보’와 ‘돌아이’, ‘하찮은 형’들의 ‘찌질한’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얘들도 별것 아니구나’ 하는 심리적 편안함과 친근감을 얻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계속 허접한 짓만 할 수는 없었다. 바보가 된 대가로 멤버들은 아이돌이 되는 아이러니도 생겼다. 이젠 에피소드 하나에도 훨씬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시청자의 기대치는 높다. 5월 5일 어린이날 청와대를 방문한다는 얘기에 ‘무한도전’ 팬들이 극구 반대하는 것도 그런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의미를 담는 에피소드를 어느 정도는 보여주는 게 좋다.

지난주 ‘무한도전’의 ‘국보 30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탑 찾아가기’라는 문제에서 기자도 분황사지 석탑인지 석가탑인지 헷갈렸다. 오락 프로그램이 반드시 공익성이나 감동이라는 의미를 갖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자기들끼리만 까불고 노는 것 이상을 요구하는 시청자가 많아졌다. 재미만 추구하던 못난이들이 의미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단계에 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1박2일’은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우선 여섯 남자들이 전국곳곳의 자연을 찾아다니고 그곳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도록 포맷이 잡혀 있다. 지난주 ‘동강에 가다’편은 동심의 즐거움이 감동과 함께 재미를 선사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무려 35.6%를 기록했다.

‘1박2일’의 이명한 PD는 “‘1박2일’이 오락물로서 웃음을 주는 데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도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면서 “국토의 숨은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 속 현지민들의 모습 같은 친환경적인 삶을 담고 싶다. 오락물이건 교양물이건 다큐건 관건은 인간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갑이면서 자칭 ‘촌놈’인 이명한 PD와 강호동은 그런 점에서 의기투합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1박2일’은 거친 듯하면서도 따뜻하다. 그동안 독도 군인들한테는 수타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전남 영광 동백마을의 할머니들을 위해 집안일을 해준 것 등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1박2일’이 겉으로만 보면 복불복게임과 고생 체험이 눈에 들어온다. 복불복게임이 스튜디오 내에서 하는 것과 해당 지방에서 하는 게 같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 거창에서는 딸기 따기, 하동에 가면 녹차 따기 등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복불복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고생 체험도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힘든 상황 자체가 목적이라면 까나리액젓과 신 레몬보다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아 고생의 강도를 계속 높여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겨울(추위)과 여름(모기)을 제외한 텐트에서의 취침은 도전으로서 큰 의미가 없다.

고생을 많이 해 시청자의 머릿속에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고생을 포함한 현지에서의 당야한 경험이 자연과, 또 사람과 함께 함으로써 향수와 동심, 훈훈함 등으로 시청자의 가슴속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다행히 ‘1박2일’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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