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국측은 이미 합의된 새 수입위생조건과의 불일치 문제,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 개입 문제 등 때문에 수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13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덕배 농식품부 차관 등 쇠고기 대표단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행 쇠고기 수출 작업장에 '30개월 미만'이라는 조건이 포함된, 강제성을 띤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은 미국 농무부가 각 나라와 맺은 수입위생조건에 맞는 쇠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작업장을 감독하는 체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전인 작년 10월까지 농무부는 한국행 쇠고기 수출 작업장에 '한국 EV 프로그램'에 따라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수입위생조건을 엄수토록 지침서를 내려보내고 연방정부 검역관을 통해 준수 여부를 살펴왔다. 또 한국 EV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된 쇠고기라는 검역관의 확인이 수출검역증명서에 명시된다.
현재 미국은 각 나라에 맞는 20여가지 EV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18일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한 새 수입위생조건 부칙 2항에 따라 수입 가능한 미국산 쇠고기의 범위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별도의 '한국 EV 프로그램'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국내 반대 여론을 반영, 한시적이든 영구적이든 일단 '30개월 미만' 조건을 담은 한국행 EV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측에 제안한 것이다.
만약 미국측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자율규제에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고자하는 미국내 작업장은 반드시 '30개월 미만' 조건을 따라야한다.
수입위생조건 조항을 고치거나 추가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30개월 미만'이라는 조건을 붙여 미국 정부 차원에서 확실히 보증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측은 이 경우 ▲ 자율규제에 공식적으로 개입, WTO의 통상 규범을 위반하게 되고 ▲ 자신들이 국제수역사무국(OIE) 지침을 내세워 관철시킨 수입위생조건을 두 달만에 완전히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 향후 다른 수입국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확답을 꺼리고 있다.
따라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합류한 뒤 양측은 미국의 부담을 덜면서도 실질적으로 EV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내 육류수출업계가 자진해서 '30개월 미만' 조건의 한국 EV 프로그램을 미국 정부에 제출하고, 미국 정부는 실제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방식에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미국측도 우리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30개월 월령표시에 대한 실효적 장치를 마련하자는데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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