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큰 마음 먹고 7000만원이 넘는 고급 국산 승용차를 구입한 진모씨는 왕복 4차선 국도에서 앞차량이 급정거하는 바람에 앞차량을 뒤에서 살짝 들이 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차에서 내려보니 BMW 5시리즈 차량. 워낙 살짝 부딪친데다 흠집도 그리 크지 않아 진씨는 보험처리 없이 자비로 보상키로 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며칠 뒤 진씨 앞으로 날아 온 청구서에는 350만이 수리비 명목으로 게재 돼  있었다. 입이 떡 벌어져 할말을 잃었다. 국산 차중 최고급 차인 자신의 차량도 수리비가 20만원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봐도 너무 어이가 없었다.

더욱이 보름정도 소요되는 차량의 수리기간 동안 피해자가 동급의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하루 이용료 50만원으로 이 비용만해도 800만원이었다. 살짝 들이받는 사고 비용으로는 상상도 할수없는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자비부담이 불가능해진  진씨는 결국 보험처리를 하게 됐고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정비소 측은 "몰딩만 따로 수입하지 않아 뒷 범퍼 전체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싼데다 수입해 오는 기간도 있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판매가 날개를 달고 있다.

지난해에 국내 판매 5만대를 넘겨 국내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 5%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호기심에서 혹은 차별화된 상품에대한 욕구에서 수입차 구매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따른 댓가가 너무 높다는 소비자 불만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고라도 발생해 수리를 받게되면 그 댓가가 '뼈에 사무친다'.

비싼 부품비와 부르는 게 값인 공임비,1달 이상 소요되는 정비기간 등으로 소비자들은 턱없는 불편과 고비용에  시달린다.

수입차 운전자의 불만과 불편은 실제 공인기관의 조사로 검증됐다.

보험개발원 부설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지난 해 말 국산차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게 지급되는 수입차 보험금 때문에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되는 수입차의 부품값과 수리 비용을 국산차와 비교했다.

국산차는 고급차인 '에쿠스 VSS450'를 기준으로 했고 비교 수입차는 BMW, 벤츠, 아우디, 렉서스, 볼보등이었다.

그 결과 수입차에 지급한 건당  평균 수리비는 208만원으로 국산차에 비해 2.7배 가량 높았다. 부품은 평균 4배, 공임은 1.6배, 도장은 1.8배에 달했다. 국내에서 판매량이 높은 상위 수입 브랜드일 수록 부품 수리비가 더 높았다.

예를 들어 가격대가 비슷한 에쿠스 VS450(7696만원) 차량의 앞 범퍼가격이 10만2700원인 반면 아우디 A6 2.4(새차가격 6280만원) 앞 범퍼는 51만8600원으로 5배나 차이를 보였다.

시간당 정비공임 역시 BMW와 벤츠가 4만6000원으로 국산차 1만9379(2005년도 건설교통부 자료)보다 2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비의 경우 현지가격에 비해서도 턱없이 비쌌다. 적게는 144%에서 300% 이상 높게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수입자동차 관계자들은 "정비대상 차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문인력이 적은 만큼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슷한 작업에 최고 5배나 차이나는 공임비를 납득하기에는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수입차 부품은 공식딜러에게만 독점 공급되고 가격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을 잃고 있다"며 "수입차 업계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차 가격을 낮추는 대신 수리비를 높여 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턱 없이 비싼 수리비로 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것 뿐 아니라 국산차를 타고 있는 운전자들의 보험비마저 높이는 꼴"이라며 "수입차 부품비용 및 수리공임 산출시스템을 도입하는등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환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