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겨울방학이면 성형을 하려는 고3 수험생과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북적이면서 겨울방학 내내 `대목'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 일대 성형 골목이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산하기 그지없다. 불경기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탓이다.
대목이 실종된 강남 성형외과의 세밑 풍경과 불황기 성형에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조명해본다.
◇ 매출 절반 이상 감소한 성형외과도 = 얼마 전 성형외과개원의사회 소속 전문의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있는 개원 성형업계의 현황을 파악하고,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모인 성형외과 의사들은 대부분이 전년 대비 20~30%의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심지어는 올해 하반기 이후 50% 이상의 매출 감소가 있다는 회원도 있었다.
그나마 20~30%의 매출감소를 호소하는 병원들이 대부분인 것도 전반기에 어느 정도 매출이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대부분 반 토막이라는 게 개원의사회의 설명이다.
특히 성형외과의 특성상 계절적 수요가 증가하는 4.4분기의 매출 감소는 더 심각하다. 수능이 끝난 12월의 경우도 평달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 내년엔 대대적인 구조조정 전망 = 문제는 내년이다. 불황의 여파 때문에 내년 1.4분기에도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이런 현상은 성형외과의 계절적 비수기인 내년 2.4분기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면, 성형외과를 포함한 비보험 의료시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개원의사회는 보고 있다.
실제로 성형업계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면서 성형을 주로 해온 비전문의들의 시장 철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비보험시장으로 진입했던 타과 비전문의들이 매출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전문과목을 찾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종아리수술을 전문으로 했던 H클리닉 등이 꼽히고 있다.
또한 성형외과전문의 경우도 올해 들어 신규 개원이 없어지고, 기존 개원가의 손 바뀜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각기 점포를 뒀던 G성형외과는 최근 압구정점 문을 닫고 합병했으며, 4개 성형외과가 합병해 공동으로 운영했던 S성형외과는 각기 독립하기로 했다. 모두 매출이 부진했던 탓이다.
심지어 최근엔 매출액 규모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모 성형외과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이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폐업이나 경비지출을 줄이기 위해 병원들이 임대료가 싼 지역이나 뒷골목으로 이전을 본격화 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개원의사회는 보고 있다.
성형외과개원의사회 국광식 이사는 "지금 성형외과에 필요한 것은 불황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1인기업으로서의 치밀한 전략"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수술 지식에 대한 투자와 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마케팅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은밀한 `반값' 성형 성행 = 이처럼 성형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성형비용을 최대 반값까지 할인해주는 각종 이벤트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
B성형외과는 최근 성형 카페에 가입한 여성들 중 댓글을 10개 이상 올리고, 사진을 게시판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형비용을 대폭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펼쳤다. 이 병원이 제시한 성형비용은 코 성형이 200만원으로 300만원을 호가하는 주변 성형외과에 비해 크게 저렴했다.
이밖에 일부 병원들은 수능이벤트와 방학이벤트 등을 통해 30~40% 저렴한 성형비용을 제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두 명이 가면 한 명 값에 가능한 `1+1 이벤트'도 등장했다.
여기에 인터넷 포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형카페의 `공동구매' 이벤트도 요즘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박리다매를 무기로 환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성형이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제품이 아닌 만큼 박리다매에 눈길을 팔다가 자칫 부실 성형으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주의하라고 권고한다.
어떤 시술도 손쉬운 것은 없으며 시술자가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을 때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 성형수술 땐 전문의 여부 확인해야 = 현행 성형수술은 성형외과 전문의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이 없어도 성형 시술을 할 수 있다. 의료법상 특정분야 전문의 자격이 없다고 해서 해당 분야의 진료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형을 비전문의가 아닌 전문의에게 받고 싶다면 꼼꼼하게 확인해봐야 한다.
일단 병원이름에 성형외과가 들어간 곳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원장인 병원이다. 원장 외에 다른 의사가 있다면 이는 전문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병원이름에 성형외과가 들어가 있지 않고 병원명 옆에 쓰인 진료과목에 성형외과라고 씌어 있으면 전문의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우동훈 성형외과 전문의는 "일부 병원에서는 병원간판에 진료과목을 크게 써서 마치 성형외과 전문의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곳도 있다"면서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하려면 성형외과전문의 단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prskorea.co.kr)에 접속해 의사이름이나 병원명을 검색하면 된다"고 조언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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