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를 직접 쓰지 않았거나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무효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백모씨가 "`주소의 자서(自書)'와 `날인'을 자필 유언장의 유효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이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백모씨는 할아버지가 부동산 및 기타 일체의 재산을 자신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자필증서를 남기고 사망하자 법정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등을 제기했다.
1ㆍ2심은 그러나 "유언증서가 할아버지의 것이라고 볼 만한 날인 또는 무인이 없고 주소 역시 직접 쓴 것이라고 보기 힘들어 민법이 정하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요건과 방식을 갖추지 못했다"며 백씨에게 패소 판결을 했다.
백씨는 이에 불복,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민법 제1066조에 따르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날인' 부분에 대해 "유언자의 사망 후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며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관 8(합헌):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헌재는 `주소' 부분에 대해서도 "유언자의 주소가 인적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성명의 자서에 주소의 자서까지 요구함으로써 유언자가 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유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며 5(합헌):1(한정위헌):3(단순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김종대 재판관은 그러나 "날인은 위조가능성이 커 의사의 최종적 완결 방법으로는 부적당하고 주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 역시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요건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주소'와 `날인' 부분에 대해 모두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또 이동흡ㆍ송두환 재판관은 `주소' 부분에 대해서만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조대현 재판관은 "유언자필증서에 유언자의 주민등록번호 등 유언자를 특정할 수 있도록 기재돼 있는 경우에도 주소를 자서하도록 하는 것은 유언자필증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주소' 부분에 대해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