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성승제 기자] "청소년 요금제라고 해놓고 요금은 무제한이네요. 한달 요금이  20만원에 달하는 데 보호자에게 아무 사전 경고도,고지도 없다가 덜컥 청구하네요"

SK텔레콤, KTF, LG텔레콤등 통신사 휴대폰 청소년 요금제에 가입했다가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요금이 일정 한도를 넘으면 휴대폰 사용이 자동 차단되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청소년 요금제로 인해 방심하고 있다가 뒷통수를 맞았다는 불만이 끓고 있는 것. 또 한달 요금이 몇십만원에  달해도  보호자에게 아무런 사전 통지 없이 덜컥 요금을 청구해 버리는 점도 소비자들의 원성이 몰리는 대목이다.

청소년 요금제가 이처럼 소비자의 믿음을  '배신'하는 것은 정액에서 빠지는 항목이 너무 많기 때문.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미성년자 요금제라도 각 상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소액결제 부가서비스와 월정액 이용료, 정보이용료, 콜렉트콜, 부가서비스 충전, 국제전화 문자 등은 약정 요금제와는 별도로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통신사에 별도로  실시간 통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들에게도 사전 고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업자들로부터 과다 요금에대한 상황이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않고 이들 요금을  열람할 수 있는 기능도 없어 과다요금을 차단하기 어렵다"며 "해당 사업자들로부터 요금 통보 요구를 할 경우 통신사가 지나친  통치권을 가지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어린 자녀들에게 휴대폰을 사 줄 경우 보호자가 청소년 정액 요금제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고 사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은정 간사는 "지난 2006년에서 2007년까지 휴대폰 과다 청구로 인해  법정소송까지 이어지는 일들이 빈번했는데 아직까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판매자의 말만 믿지 말고  무선데이터나 국제전화 등은 미리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매 달 청구서를 꼼꼼히 확인해 피해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청소년 요금제라 할지라도 수신자 요금 부담전화나 국제전화는 해당 별정통신사업자에  별도로  신청을 해야 이용이 제한된다”며 “가입하기에 앞서 관련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통신요금을 계좌이체 하더라도 매달 확인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충고했다.

 

#사례 1 = 강원도 태백시에 거주하는 문 모(45) 씨는 지난 3일 통장잔액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의  A통신사 휴대폰 요금이 두 달간 40만원이 넘게 인출됐기 때문이다.

문 씨는 휴대폰 가입 당시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2년 약정 월 3만6000원짜리 청소년 요금제에 가입했었다.. 

따라서 사용량이 3만6000원을 넘을 경우 당연히 수신이 제한되거나 보호자에게 사전 통보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 놓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용한도는 무제한이었으며 40만원이 나오는 과정에서 문 씨에게는 사전에 단 한 번의 통보도 없었다.

당황한 문 씨가 회사측에 항의하자  “수신자 요금 부담인 콜렉트 콜 등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콜렉트 콜의 경우 대행만 하는 입장이라서 모두 환불은 힘들고 20만원까지 보상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 씨는 “휴대폰 요금 과다 청구로 화가 나  즉각 해지했고, 딸아이를 심하게 나무랐는데 이 과정에서 딸이 가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미성년자여서  휴대폰 가입 신청할 때 등본까지 따로 떼어 줬는데 부모에게 아무 통보도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업의 잘못된 상술이 결국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딸도 자신이 그렇게 많이 사용한 줄 모르고 있었고 월정액이 초과되면 당연히 수신이 제한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꾸지람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라는 것.

그는 이어 “청소년 요금제가 왜 있느냐”고 되물으며 “보호자에게 한 번이라도 통보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답답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례 2 =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 모(45) 씨는 작년 8월 아들에게 B사의 1만8000원 청소년정액 요금제에 가입해 휴대폰을 사줬다.

가입 당시 대리점 직원은 "청소년 정액 요금제는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핸드폰을 많이 사용해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요금제라서 약정한 요금이 초과되면 자동으로 사용이 중지된다"며  김 씨를 안심시켰다.

4개월이 지난 작년 12월 김 씨는 우연히 통장정리를 하다가 3개월에 걸쳐 휴대폰 요금이 무려65만원이나 빠져 나간 것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아들이 외국에 있는 친구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전화가 끊기지 않아 요금이 국내 문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줄 알고 계속 보냈다는 것.

너무나 황당해 회사측에 항의했지만 "다른 사업자 소관이라는 변명만 들었다"고 호소했다.

   

#사례 3 = 경북 포항시에 사는 이 모(16) 양은 10일 동안 C통신사 대리점에서 추천하는 요금제에 가입하면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작년  6월 30일 휴대폰을 새로 개통했다.

이 요금제는 이 양이 원하는 청소년 요금제 ‘플러스500’과는 거리가 먼 상품이었지만 직원은 "10일만 조심해서 이용하면 10일후  청소년 요금제로 바꾸면 주겠다"고 이 양을 설득했다.

 

몇달이 지난 최근 이 양은  휴대폰 청구서를 무심코 보다 깜짝 놀랐다.  무려 12만4000원이 청구돼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지난 달 요금을 확인해보니  9만원이 넘는 금액을 냈고 이렇게 해서 지난 6개월 동안 총 70만원에 넘는 요금을  지불했다.

 

대리점에 확인해보니  당시 직원이  이 양의 요금제를 바꾸지 않고 퇴사를 해버려   6개월 동안 대리점이 추천한 요금제가 그대로 적용돼 왔던 것.

 

이 양은 곧바로 항의했지만 회사측은 "고지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본인 책임도 있다. 보상은 힘들다"고 배짱을 부렸다.

 

이 양은 "회사측의 과실인 데 왜 나한테 책임을 덮어씌우느냐. 모든 금액을  혼자 지불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