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 봤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이제 대학로 필수 관람 연극이 되었다. 이 연극은 더러워지면 몇 번이고 헹궈내는 빨래처럼 관객들이 보고 싶게 만든다. 뉴스를 보면 나쁜 소식뿐이고 마음 편하게 웃은 적이 없을 때면 더없이 착한 사람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이 지칠 때마다 달려가고 싶은 이 세탁소의 힘은 웃음과 감동이 가득한 스토리에 있다.
강태국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3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딸의 어학연수를 보내주지 못해 한숨을 쉬는 부인을 보면 알 수 있듯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다. 그러나 강태국은 항상 포근한 마음으로 주변의 다양한 이웃들을 대한다. 무대 의상을 빌리러 오는 배우, 멀쩡한 옷을 찢어 새 옷을 만들어 달라는 학생, 명품만 걸치는 아가씨, 등장만 해도 시끌시끌한 세탁 배달부, 남의 집에서 할머니 수발을 하는 아줌마, 죽은 어머니가 맡긴 40년 전 옷을 찾게 되어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불효자까지 말이다.
그런 어느 날 한 남매의 등장으로 조용하던 세탁소가 흔들린다. 유산의 행방이 묘연하며, 그 거액이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이 세탁소에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유산을 찾으면 반을 준다는 말에 온 사람들이 술렁거린다. 강태국은 망자를 위한 기도는 안중에도 없고 돈에만 눈이 먼 세태에 화를 낸다. 그러나 그날 밤 몰래 세탁소를 뒤지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우리가 진짜 세탁해야 되는 것은 말이야. 옷이 아니야, 바로 이 옷들의 주인 마음이야’라고 외치는 강태국. 이들은 어떻게 될까. 또, 유산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일까.
2005년 대학로에 자리 잡은 후 약 30개월 동안 11만여 관객을 맞이하며 ‘100석 소극장의 기적’으로 불렸던 이 연극은 여전하다. 아니, 17만 관객을 돌파하고 전용관인 ‘오아시스 극장’을 만들었으며 2010년부터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등 기적 행진에 더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스테이지=백수향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