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초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춘향>은 한국 고대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춘향의 이야기를 서양의 춤 발레에 잘 녹여내어 표현한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2009년 초여름, 푸르른 녹음이 드리워지는 계절의 첫 장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절절한 춘향의 사랑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초연당시 고양아람누리 개관 공연으로 선보였던 이 작품은 올해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25주년을 기념하고, 고양아람누리 봄 페스티벌의 끝을 알리는 폐막공연으로 선정되어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공연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발레 <춘향>의 주역, ‘춘향’ 안지은과 ‘몽룡’ 이현준을 만났다.
먼저 연습을 마치고 내려와 인터뷰에 응해준 수석무용수 이현준은 무대 위의 카리스마와는 달리 순수한 미소가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연습이 고되었던지 해쓱한 얼굴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와 진지한 표정으로 임해주었다. 잠시 후 연습을 마치자마자 숨가쁘게 도착한 ‘춘향’역의 안지은은 마치 춘향이 처음 몽룡을 만났을 때의 수줍음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한 짧은 시간 중, 이현준과 이 후 연습 스케줄에 관해 토닥거리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겨워보였다.
Q. 오늘 연습이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고 하는데 막바지 연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안지은: 이번 <춘향>은 각 장면마다의 부분 연습도 있었지만 지금은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런 스루(run through: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진행되는 리허설)로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런 스루로 계속 하다보니 동작의 연결이 어느 순간 잘 되 있는 것 같았어요. 전체 연습을 한 번에 쭉 이어서 진행하고 남은 시간에는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개별연습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현준: 저희가 9월에 있을 <오네긴>연습도 있어서 연습이 빨리 진행되다보니 연습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고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잘되고 있습니다. 파드되 위주로 처음 연습을 하고 런 스루로 계속 하다보니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안지은: 함께 공연을 한 작품은 많았는데 공교롭게도 파트너를 해보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현준씨는 주역무용수가 된 후로 강예나씨와 주로 작품을 함께 했었고 저와는 처음 맞추는 데 이상하게 호흡이 척척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웃음)
이현준: 네, 맞아요. 예전에 <심청>에서 객원으로 참여할 때, 일본투어에서 잠깐 용왕자 파드되로 호흡을 맞추어보기는 했으나 입단해서 정식 파트너로서는 처음인데요. 신기하게도 호흡을 맞추게 된 기간이 짧았는데 잘 맞는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런스루로 계속 연습하다보니 감정선이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맞게 된 것 같아요.
Q. 혹시 호흡이 잘 맞지 않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 연습하나요?
안지은: 연습이 끝난 후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맞추어가는 편이에요. 사실 오늘도 인터뷰가 끝난 후 올라가서 이야기를 할 생각이거든요.(현준씨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운다)
이현준: (웃음) 저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부딪혀보는 게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그래야 실수를 하더라도 잘 만회할 수 있고 그런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인데 지은씨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하다 보니 이것도 상당히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안지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에도 다시 한 번 동작을 맞추어보면서 확인해보고 있어요.
Q. 초연 때의 <춘향>과 비교해 볼 때, 올해 공연되는 <춘향>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안지은: 상당히 많이 변화되었는데요. 안무상에 있어서 초연작품을 보완하여 전반적으로 기교적인 부분을 강화했어요. 유병헌 예술감독님이 특히 안무에 있어서 발레적인 기교와 감정을 살리기 위해 신경을 쓰셨기 때문에 예전 작품에 비해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현준: 구성은 거의 비슷한데 안무적인 부분에서 많이 보완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국립무용단의 <춘향>에서는 춘향과 몽룡이 재회하면서 극이 끝나는데 이 작품에서는 거기서부터 파드되가 시작하거든요. 발레적인 요소를 더욱 가미했다고 볼 수 있죠.

이현준: 이 작품은 춘향의 이야기를 발레전막발레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지은: 발레뮤지컬<심청>은 아무래도 연극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표정이나 동작에 있어 과장되는 측면이 없지 않지요. 이에 비해 발레<춘향>은 연극적인 요소인 마임이 있지만 보다 발레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표현되지요.
Q. 고전 레퍼토리 공연과 비교해볼 때 발레<춘향>은 어떠한 점이 다른가요?
안지은: 아무래도 고전 발레 레퍼토리는 서양의 것이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해오면서 접했던 작품이라 익숙한 면은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 사람에게는 역시 한국 정서에 맞는 스토리가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춘향의 사랑이야기이기에 더욱 감정을 이입하고 몰입하게 되었어요. 이전까지 유병헌 선생님 안무의 <파가니니 랩소디>나 <라흐마니로프 피아노 콘체르토>, 나초두아토의 작품과 같은 모던발레 작품이나 네오클래식 발레 작품에 많이 참여를 했던 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작품에서 춘향으로 연기하는데 더욱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현준: 이번 작품은 한국 창작발레이다보니 의상 면에서 고전레퍼토리 발레의 의상과는 매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한복을 변형한 의상이다 보니 움직임에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구요. 남자무용수들은 기교적인 동작을 할 때마다 평소보다 더욱 많이 힘이 들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지은씨의 경우, ‘네오클래식 전문 무용수’이다 보니 표현하는 데 있어서 더욱 돋보이시더라구요.
안지은: 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웃음) 저는 의상이 길어서 무용수들이 쉴새없이 현란한 테크닉을 선보이는 데 다리가 감추어져 있는 점이 조금 아쉽더라구요. 그 어려운 동작을 다 하면서도 다 가려져서...다 보이면 관객분들이 잘 보실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이현준: 아, 저는 오히려 그 화려하고 긴 한복 밑으로 살짝 나온 토슈즈가 더욱 인상적이라고 생각해요. 고전발레의상에서처럼 다리 전체가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한복 밑으로 아주 살짝 보이는 발목과 토슈즈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아요.
안지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웃음)

이현준: 재작년 작품에 비해 이번 작품이 기교적으로 많이 강화되었어요. 그리고 여성무용수에게도 그렇겠지만 특히 남성무용수에게 부담이 큰 작품이에요.(웃음) 파드되에 있어서도 한 손으로 리프트(lift: 여성무용수를 남성무용수가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를 하거나 고난이도의 리프트 동작이 많아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거든요. 그래서 체력적으로 보충하기 위해 운동이나 영양 면에서 보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첫 번째 파드되는 계속 연결되는 동작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든데 두 번째 파드되인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이입되니까 큰 테크닉을 하더라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감정이 실리니 더 힘이 나고요.
안지은: 마지막 장면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니까 그동안에 감정적으로 슬프고 힘들었던 것들이 해소되면서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춤출 수 있었어요. 2막 같은 경우 음악 선율도 아름다워서 감정표현도 잘 되었고요.
Q.‘주연무용수가 꼽은 명장면’은 무엇이 있는지 관객들을 위해 살짝 귀띔 부탁드립니다.
이현준: 많은 분들이 첫날밤 씬과 재회 씬을 명장면으로 꼽으시는데 제가 생각할 때 남성군무 장면이 매우 웅장해서 이 부분을 주목해서 감상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로열티(loyalty)’라고 해서 관직을 부여받은 남성무용수들이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일반 전막발레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라 꼭 추천하고 싶어요.
안지은: 남성무용수들 군무와 더불어 여성무용수들이 기생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추천하고 싶어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기생들의 몸짓이 매우 아름답고 현란한 테크닉을 선보이니 주목해주시면 좋겠네요.
Q. 발레<춘향>을 꼭 관람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안지은: 일반 다른 고전 발레도 ‘사랑’이 주제이지만 이번 발레 <춘향>은 딱딱하지 않고 정형화된 클래식의 틀에 머물지 않은 네오클래식 발레이기 때문에 감상하시는데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해요. 친숙한 한국적 정서의 스토리와 무용수들의 감정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생각하기에 많은 관객들께서 꼭 보셔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이좋게 연습실로 올라가는 무용수 안지은, 이현준을 보며 그들이 커플로 나설 발레<춘향>의 무대를 상상하니 기대가 벅차올랐다. 고양아람누리에서의 공연이후 춘향의 고향인 ‘남원’에서의 공연과 돈키호테 지방공연, 오네긴 공연을 앞두고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밝은 표정으로 발레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두 무용수와의 솔직담백한 인터뷰였다.
센터를 벗어날 때까지 끊이지 않았던 음악소리를 뒤로하며 오는 6월 19일~20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선보일 발레<춘향>에서 만나게 될 드라마틱한 커플, 춘향, 몽룡의 춤을 기대해본다.
[뉴스테이지=홍애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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