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텔레마케팅업체들의 낚시질이 기상천외하게 진화하고 있다.
어학교재, 이동통신,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기만적 텔레마케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면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에 나서기도 했다.개인정보를 도용해 은밀히 진행되는 텔레마케팅 낚시질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다시 말해 공정위는 기고 있고 낚시질과 사기 마케팅은 날고 있다.
방문판매 관련 법률에 의하면 계약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지만 이들 업체의 경우 고의적인 시간끌기로 청약가능 기간을 넘겨버리고 ‘반송비용’ ‘개봉이후 반품불가’ 등의 이유를 들어 과다한 위약금으로 덤터기 씌우기 일쑤다.
결국 부당한 청구요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세상에 대한 불신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묻지마’ 배달 뒤 요금 청구
진해시 소사동의 신 모(여.44세)씨는 지난 5월 초 우리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협회라는 곳으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협회의 회원으로 등록돼 있어서 홍보용 제품을 보낼 테니 매달 4만원씩 6개월간 입금하고 홍보를 부탁 한다”는 것.
듣도 보도 못한 협회에 회원이라는 사실에 놀란 신 씨가 “협회 가입한 적 없고 본인 의사도 묻지 않고 무조건 물건을 보낸다는 통보냐”고 반문했지만 직원은 일방적인 안내만 계속하다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 홍삼엑기스 세트가 집으로 배달됐다. 어떻게 주소를 알고 제품을 보냈는지 짐작조차 어려워 놀라움은 더 컸다.
신 씨가 업체에 항의하자 “여태 물건 팔아도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다. 홍보용으로 4만원씩 6개월만 지로로 내면 되는 데 뭐가 문제냐?”라며 오히려 큰 소리쳤다.
신 씨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협회에서 개인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라고 씁쓸해 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면 제품을 보낸다. 구입의사가 없으면 택배비를 들여 제품을 보낼 이유가 없다”며 “고객에게 직접 주소를 물어봤을 뿐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손 씨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구입의사를 밝힌 적도 주소를 알려준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대학동창 사칭해 영업?!
소비자 홍 모 씨는 최근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자신과 동일한 대학을 졸업했다며 학번과 이름을 소개하는 동창생 K씨의 전화를 받았다.
유명 신문사에 근무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K씨는 “이번이 진급할 차례인 데 실적이 조금 모자라 망설이다 연락을 했다”며 월간 잡지 구독을 부탁했다.
워낙 이름 있는 곳에서 발간하는 잡지라 동창에게 좋은 일도 할 겸 나쁘지 않겠다 싶어 구독을 결정했다.
얼마 후 동창 모임에서 우연찮게 해당 동창을 만나게 된 홍 씨. 그러나 동창생 K씨는 신문과 관련 없는 전혀 엉뚱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황당해진 홍 씨가 해당 신문사에 항의하자 가타부타 말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홍 씨는 “이름 있는 신문사가 동창생의 이름까지 사칭하면서 영업 실적을 올려야 하는 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양한 사기행위가 벌어지는 줄은 알았지만 내가 이렇게 당하게 될지 몰랐다”며 기막혀했다.
▶“도서는 공짜...배송료는 물어야지”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김 모 군은 지난 6월 초 홍보전화 한 통을 받았다.
“K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고 운을 뗀 상대방은 “한 달에 3천 원가량의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월간 잡지를 구독하라”고 안내했다.
큰 금액이 아닌 데다 평소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던 터에 해외 유명잡지사의 한국지사라는 말을 믿고 계좌번호와 주민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며칠 후 도착한 메일을 살펴보자 41만700원이라는 놀라운 금액이 청구되어 있었다.
업체로 연락해 취소처리를 요청하자 “해외에서 배송되는 거라 배송비 명목으로 청구되는 금액이다. 실제 교재 값은 공짜나 다름없다”는 터무니없는 변명을 둘러댔다.
이어 “계약 체결 시 미국 본사로 20만 원가량의 선금을 지불한 상태라 취소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자 자신처럼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김 씨는 “계약서라고 보내온 내용에는 알아보기도 힘든 한자만 가득하다. 가뜩이나 어려울 때 이 상황을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탄식했다.(사진-쿠키뉴스 방송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