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충격적인 오너 일가 퇴진을 불러온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재계에서는 그룹 지분을 둘러싼 형제간 오랜 갈등이 대우건설 재매각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오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동반 퇴진으로 1984년 창업주 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뜨고 나서 첫째 아들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둘째 고 박정구 회장, 박삼구 회장으로 이어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이 25년 만에 막을 내렸다.
두 오너는 그동안 주력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 지분 인수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박찬구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이 이달 들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렸기 때문.
박찬구 회장이 집중적으로 지분을 사들이기 전까지 박삼구 회장 부자와 박찬구 회장 부자는 각각 10.01%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똑같이 갖고 있었다. 위험한 균형을 가진 지분 구조였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 부자가 지분을 집중 매집하면서 현재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18.47%이고, 박삼구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11.77%로 무게중심이 흔들렸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때문에 오너간 그룹 분리가 본격화된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기도 했다. 박찬구 회장이 지난달 28일 대우건설을 재매각키로 하면서 형인 박삼구 회장의 경영능력에대해 불신을 갖고 그룹을 아예 분리하려 한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위험한 지분 불균형은 결국 형제간의 해묵은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박삼구 회장 측은 고 박성용, 박정구 회장 자녀의 지분까지 합해 총 28.18%에 이르는 지분으로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직 해임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내에서도 박삼구, 박찬구 형제의 동반 퇴진을 승인한 셈이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이 해임 의결에 대해 반발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여지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