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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일 복제방지장치존폐 싸고 '샅바싸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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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파일 복제방지장치존폐 싸고 '샅바싸움' 가열
  • 장의식 기자 jangeuis@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4.05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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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DRM(복제방지장치) 존폐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DRM이란 디지털 콘텐츠의 무단사용을 막기 위해 불법 복제와 변조를 방지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일컫는다.

해외의 애플을 비롯해 국내 일부 온라인 음악 사이트와 다수의 소비자들은 음악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DRM을 폐지, 불법 음악파일 공유를 정당한 금액을 치르고 음원을 구입하는 방향으로 선회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다수 디지털 음악 산업계는 음악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불법 시장을 없애고 그 수요를 합법적인 음악시장 쪽으로 옮겨 오게 하기 위해 DRM은 존속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 DRM 폐지 잇따라 = DRM은 불법 복제를 막는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업체마다 각자 고유한 DRM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돈을 주고 산 음악 파일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SK텔레콤 음악 사이트인 '멜론'에서 돈 주고 산 음악을 애플이 만든 MP3 플레이어 아이팟에선 들을 수 없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미국 애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잠시 시들하던 논쟁의 뇌관을 다시 터트렸다. 잡스는 자사 웹사이트에 '음악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MP3 파일에 DRM을 없애고 온라인 음악시장을 개방하자"고 밝혀 세계 음악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DRM을 없애서 누구나 자유롭게 음악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면 오히려 합법적인 구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으로 듣는 음악의 3%만이 자사의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음악이고 나머지 97%는 불법 복제됐거나 DRM이 없는 음악파일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후 세계 음반 업계는 DRM 삭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점화됐고, 급기야 두달 뒤 애플은 세계 3위 음반 업체인 EMI와 손잡고 5월부터 DRM을 빼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음악을 유료로 판매하기로 결정하면서 논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공교롭게 올 초부터 국내에서도 DRM 존폐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음악 콘텐츠 판매 포털인 벅스가 스티브 잡스가 DRM 폐지론을 주창하기 며칠전인 2월2일 자사 홈페이지에서 공급하는 모든 음원의 DRM을 적용하지 않고 다운로드에 제한이 없는 음악파일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 이통사 對 음원업계 갈등 재발 = 음악 포털 벅스의 DRM 폐지로 촉발된 DRM 존폐 논쟁의 전선이 이번에는 이통사와 음원업계로 번지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출시를 허용한 KTF의 위피 미탑재폰(모델명 KH1200)이 MP3 파일 재생 기능을 갖고 있으나 DRM 솔루션을 탑재하지 않아 음원제작자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KTF가 내놓은 위피 미탑재폰의 경우 DRM이 적용된 음악파일은 들을 수 없으나 P2P나 웹하드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내려받은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F는 "애초부터 무선인터넷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단말기라 DRM 솔루션을 탑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불법 파일의 유통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음원권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동안 음원업계는 불법 음원 파일 유통을 우려해 DRM을 채택하지 않은 MP3폰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펼쳐왔다.

이들은 "DRM이 적용되지 않는 무제한 정액제와 같은 시장 파괴적 사업 모델로 저작권 침해에 대항해 음악서비스 중단을 원하는 음원 제공자의 권리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불법시장을 없애기 위해 디지털 음악의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자사의 음악사이트에서 유료로 구입한 음원만 재생할 수 있도록 DRM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자사가 자체 개발한 DRM이 붙어 있는 음악파일만 들을수 있도록 해 음원업계의 불만을 잠재웠지만 다른 디지털기기로 자신의 구매한 음원을 들을 수 없는 구매자들로부터는 원성을 사왔다.

특히 SKT는 2004년 11월부터 음악포털 멜론을 운영하면서 자사가 판매한 MP3폰 등에 자체 개발한 DRM을 탑재시켜 멜론에서 내려받은 음악파일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3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결국 지난 2004년 LG텔레콤이 출시한 MP3폰(모델명 LP3000)이 DRM을 채택하지 않아 LGT와 음원업계가 갈등을 빚은 데 이어 KTF의 위피 미탑재 폰의 등장으로 해묵은 갈등이 재발한 셈이다.

불법 복제를 막고 디지털 음악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DRM이 필요하다는 음원업계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음악파일을 기기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권리가 있는 소비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편리하고 저렴한 음원을 공급해 시장규모를 키우는 것이 모두가 살길이라는 일부 음원 유통 진영간의 커다란 간극이 좁혀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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