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2%의 물가상승을 예상하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했고, 최근 경기전망치를 수정한 국책ㆍ민간연구원 역시 올해 예상 물가상승률을 2%대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물가는 항목별로 3~10%가량 올라 이미 ‘고(高)물가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휘발유값 사상 최고치 눈앞=5월 넷째주 무연 휘발유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541.78원으로 전주보다 3.58원 올라 15주 연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셋째주에 기록한 사상 최고 가격인 1548.01원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 여의도의 경우 휘발유값이 이미 ℓ당 1700원을 넘어선 곳도 있어 운전자들이 느끼는 휘발유값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 서민들이 주로 쓰는 경유값도 ℓ당 1240.12원으로 1.89원 상승했다.
‘서민의 술’인 소주도 값이 오르는 추세다. 국내 최대 소주업체인 진로가 ‘참이슬’의 출고가를 800원에서 830원으로 3.7% 상향 조정한 데 이어 두산 역시 770원이던 ‘처음처럼’의 출고가를 819.36원으로 6.4% 올렸다. 전북 지역에 연고를 둔 하이트주조도 800원 하던 ‘하이트’ 소주의 출고가를 839.3원으로 3.9% 상향 조정했고, 대전ㆍ충남 지역에 연고를 둔 선양은 ‘숲 속에서 맑을린’을 출시하면서 출고가(839.3원)를 4.9%나 높였다.
이 밖에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ㆍ지하철 기본구간 요금도 900원에서 1000원으로 11.1% 올랐고, 도시가스비 역시 ㎡당 4.7% 상승했다.
반면 이와 같은 공공요금 인상은 소비자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방 공공요금이 전년 동기 대비 4.7%나 상승하고 150개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생활 물가지수는 2.9% 올랐지만,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는 올 들어 1~4월 말 현재 2.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정부의 올해 목표치인 2.7%를 밑도는 수준이다.
▶생활물가 오르는데 정부는 아직 문제없다?=생활물가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아직 범정부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아직 정부의 목표치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은 데다 ‘생활물가’ 자체가 다양한 요소가 혼재돼 있어 정부가 나선다고 물가를 쉽게 잡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앙 공공요금은 정부가 급격한 가격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버스, 지하철 등 지방 공공요금은 지자체가 관할하고 있어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다만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휘발유, 경유와 같은 항목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담당 부처별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장건상 재경부 경제정책심의관은 “생활물가가 최근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산자부가 휘발유 가격조사제도 개편 및 에너지절약대책을 구상 중인 것처럼 담당 부처가 일부 대책 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