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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1조원=껌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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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1조원=껌값
  • 헤럴드경제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6.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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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랠리’의 대표종목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주가가 7.32%나 올랐다. 30만원이 넘는 비싼 주식이 하루 새 2만3000원이나 ‘가볍게’ 뛰어오른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주가 상승보다 놀라운 것은 시가총액의 증가다. 전날까지 22조원을 상회하던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은 하루 새 무려 1조5500억원 이상 늘면서 24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서울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연일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면서 일부 대형주가 하루 만에 시가총액을 1조원 이상 늘리는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의 저평가 부분이 해소되는 과정인데다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비교적 이유있는 상승이라는 분석이지만 장이 열리는 불과 6시간 만에 1조원씩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것은 지나친 과열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현대중공업 외에도 최근 하루 새 시가총액을 1조원 이상 불리는 기업이 종종 눈에 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지난 1일 주가가 14.93%까지 급상승하면서 4만원을 갓 넘던 주가가 4만6000원대로 치솟았다. 시가총액도 1조4081억원이 증가하며 10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POSCO도 지난달 31일 하루 새 시가총액이 1조4811억원 이상 늘었다. POSCO의 경우 연초 이후 꾸준한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40조원에 육박하면서 주가가 불과 2.5% 이상만 움직이면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늘어난다.

해당 종목의 경우 기본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해외 경쟁업체 대비 디스카운트됐던 부분이 해소되는 것인데다 향후 3~5년치의 매출이 확보돼 있을 만큼 실적 전망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POSCO 삼성중공업의 3사 모두 최근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더 상향조정됐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하루 새 1조원씩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너무 빠르다는 의미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우리 증권시장에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되는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99개, 코스닥시장 6개로 총 105개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5월 31일 시가총액 증가분인 1조5500억원은 에스원 농심 엔씨소프트 같은 중견기업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액수다. 주식이 거래되는 6시간 만에 중견기업 하나가 생겨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증권시장 개장 이후 8년여 만인 1988년 11월 7일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자동차는 이듬해인 89년 1월 4일에야 1조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화폐가치가 훨씬 커진 만큼 당시와 지금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천문학적인 1일 시가총액 1조원 증가는 최근의 비이성적인 증시 급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한 조선업종담당 연구원은 “1조원이면 10억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시가총액 10억달러 증가는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도 상장 첫날이나 기업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졌을 때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최근의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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