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더워지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식품이다. 자칫 상하기 쉽고, 잘 못 먹으면 탈나기 쉽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사망 위험에 이를 수도 있을만큼 무섭다.
이같은 일이 소비자가 믿고 구입하는 대기업과 대형 유통점에서 제조ㆍ 판매하는 식품에서 일어난다면 여간 심각하지 않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과 한국소비자원 등에는 '불량'식품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빈발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형 유통점에서 구입한 열대과일의 속이 썩어 악취를 풍기고, 유명 아기 분유에서에서 금속성 이물질이, 대기업이 만든 햄과 과자에서 녹슨 못과 혐오스런 이물질이, 요구르트에서 탄화물이 나오는 등 사례도 충격적이다.
소비자들은 "얄팍한 상술로 소비를 우롱하고 있다" "먹는 음식에 너무 성의가 없다"는 등 해당 업체를 성토하고 있다.
최근들어 본보와 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불량 쓰레기 식품 발견 사례를 정리했다.
#사례1=회사원 최현숙(여·42)씨는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에 사는 언니집에 놀러갔다. 언니가 아보카드를 사왔으니 같이 먹자며 내오셨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서 산 2개들이 2봉지였다.
껍질을 벗기려고 봉지에서 꺼내니 물컹 하고 손가락이 푹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칼로 베어보니 속이 시커멓게 썩었고 냄새도 심하게 났다. 4개가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어디서 샀냐고 하니까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사셨다고 한다. 볼 일이 있어 간 김에 홈플러스가 옆에 있어 아예 장을 봐왔다는 것이다.
가격도 워낙 비싼 과일이어서 보상받고 싶었지만 안산에서 잠실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했다.
최 씨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가 이런 썩을 과일을 파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아보카드의 색깔이 진녹색이어서 육안으로 썩었는지 안 썩었는지 구분이 잘 안 된다는 점을 노린 얄팍한 상술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 쪽에는 아직 콤플레인이 접수되지 않아 관련된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아보카드는 후석 과일(익혀서 먹는 과일)이고 또 농산물이다 보니 관리가 안된 부분이 있었던 것같다.
안산점에는 입고가 안됐고, 안산 선부점에서 6개가 판매됐다. 피해 고객에게 대해서는 당연히 환불조치를 해드리겠다. 홈페이지에 올리셔도 바로 후속 조치가 된다”고 밝혔다.
소비자 박수현(여·40)씨도 지난달 26일 뉴코아 킴스클럽 일산점에서 평소 사지도 않던 파인애플, 체리, 코코넛, 망고, 바나나 등 열대 과일을 5만원어치 샀다. 아보카도 4개도 들어있었다.
계산을 하려다보니 망고 포장이 툭 열렸다. 겉보기엔 멀쩡했는데, 안 보이는 부분은 썩어 문드러져있었다. 행사 둘쨋 날밖에 안되었는데 고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 담당자에게 “어떻게 이런 걸 팔 수 있느냐”며 망고만 제외시킨 후 빨리 차로 돌아왔다. 주차장이 꽉 차서 더 밀리기 전에 어서 돌아가고 싶은 심정에서였다.
체리는 시고, 코코넛은 안 익어서 그냥 물만 따라먹고 버렸다. 이것까지는 참았다.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딸이 몇 숟갈 먹어보더니 맛이 이상하다고 했다. 설마하며 가서 보니 썩은 상태였다. 바빠서 다시 갈 수도 없고해서 그냥 버렸다.
박 씨는 “대형 마트에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가만 있을 수가 없어 바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회원가입하고 글을 올렸다”며 “앞으고 다시 그곳에서 과일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일산점 '킴스클럽' 농산물 관리팀 관계자는 "해당물품을 고객님께서 직접 매장에 가지고 오셔서 상태를 확인시켜주시는 게 원칙이다. 이 과일을 처음 먹었을 경우, 맛이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 숙성과정에서 겉표면이 초록에서 보라색으로 바뀌고 맛 또한 더 고소해진다. 만약 제품을 가져오신다면 보상해 드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례2=대학생 박종희(25ㆍ경북 경주시 동천동)씨는 지난 4월 27일쯤 울산대 기숙사 매점에서 오리온 '이구동성' 과자를 샀다.
먹으려고 봉지를 뜯었는데 속에 누가 먹다 뱉은 토사물같은 이물질이 들어있었다. 너무 놀라 유통기한을 확인했지만 유통기한 이내의 제품이었다.
인텃넷으로 상담을 요청하고 한 달동안 메일을 4통 보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
6월 5일 본사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울산 영업소장은 "(물건을) 봐야 알 것같다. 사진이라도 보내달라. 내일(6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해서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박 씨는 "오리온이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친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본사 관계자는 "울산 영업소장이 6일 고객과 만났다. 이물질은 피자맛을 내는 토핑의 일종인 '시즈닝'덩어리였다. 제조과정에서 과자에 잘 못 쏴져 덩어리가 됐다. 먹어도 문제는 없다. 소비자도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사례3=주부 성희영 씨는 9달된 아기가 아토피가 있어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매일유업의 ‘베이비웰HA분유’를 먹이게 되었다.
이 분유는 원래 약간 기름절인 냄새와 쓴맛이 좀 난다. 그런데 새로 딴 매일 분유는 그 냄새가 심하고 쓴 맛이 혀를 쏘듯 느껴졌다. 아이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변이 묽어졌다.
혹시 분유 때문인가 싶어 밤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다른 제품을 사서 바꿔 먹였더니 다음날 증상이 없어졌다.
매일유업에 클레임을 걸고 문제의 분유를 통째로 보냈다.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어 전화해 검사결과를 힘들게 받았다. 성상의 문제는 없고 대장균과 일반세균 검사 공문만 들고 왔다. 두 달 후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해명 공문도 똑같았다.
하도 미심쩍어 식품회사 연구실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샘플을 보냈다. 첫마디가 “이게 애기가 먹는 것 맞느냐. 산패한 게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성 씨는 “베이비웰 제품들은 아토피, 설사 등에 예민한 아기들이 먹는 특수 분유인데, 이렇게 성의없이 해도 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소비자 최정수 씨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13개월이 된 지금까지 매일유업 ‘앱솔루트’만 먹였다.
얼마전 아기 치아를 보니 검게 썩은 것처럼 보였다. 아랫니 안쪽, 윗니 바깥쪽도 물결모양의 검은 줄이 있었다. 벌써 이가 썩는 줄로 알았다.
치과를 데리고 갔다. 치과 의사는 “이가 썩은 게 아니고 금속성 물질이 달라붙은 것”이라고 했다. 의사는 조금 긁어 보여주셨다.
최 씨는 “13개월 동안 매일유업 분유를 먹여왔는데, 아이의 치아에 검게 달라붙은 금속성물질이 분유로 인한 것이라면 어찌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사례4=소비자 백경희 씨는 지난 4월 말쯤 상추쌈을 먹으려고 회사 지하 마트에서 롯데햄 고추장 고기볶음 통조림을 샀다.
마지막 밥 숟가락을 떠서 고기볶음과 같이 먹는 순간 치아에서 ‘딱’하며 뭔가 심하게 부딪치는 느낌을 받았고 엄청난 아픔을 느꼈다.
같이 밥을 먹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입에서 나온 것은 녹슨 시커먼 못이었다. 이가 너무 아파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치아에 실금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수신자부담 고객센터로 연락이 안되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전화로 전화하니 치료비를 부담하겠다는 말과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는 말 뿐 왜 그런 못이 들어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설명은 없었다.
#사례5=소비자 이한미 씨는 지난 5월말쯤 웰가의 후르츠칵테일을 먹던 중 이물질을 발견했다. 가시같은 이물질은 파인애플에 꽂혀있고, 밑바닥에는 쇳가루가 있었다.
웰가 소비자보호센터에 신고하고 이물질 사진을 찍어서 이메일로 보냈다. 일주일이 훨씬 지난 뒤 전화해서 알아보니 검증결과 파인애플가시라고 설명했다. 이물질을 다시 한번 검증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여러 핑계를 대면서 검증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씨는 “먹는 음식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만드는 회사에서 그런 무성의한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아직 연락 한번 주지않는 웰가에 대한 실망을 금치못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6=임산부 허수미 씨는 지난 4월 19일 인천시 동춘동 한 마트에서 해태유업의 ‘키즈짱 요구르트’를 구입해서 마신 후 설사와 구토 증상을 겪었다. 입덧이 끝난 임신 17주의 상태였다.
21일 요구르트 병을 분리수거하던 중 요구르트 밑바닥에 까만 가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해태유업 고객센터로 신고하고 며칠 후 문의하니 “이물질은 ‘탄화물’로 몸에 이상이 없을 것이다. 제조과정상의 문제로 주의시키고 있다”고 답변했다.
허 씨는 “금식, 죽, 악물로 위장의 불편함은 없어졌지만 뱃속에 있는 아기한테 무심한 엄마가 된 것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