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경환 기자] T커뮤니케이션이라는 별정통신업체를 통해 가입한 인터넷전화를 사용해 오던 김복례(여.52세)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소 끊김현상이 심해 몇차례에 걸쳐 AS를 받아가며 사용해 온 인터넷전화를 해지하기 위해 해당 업체 측에 전화를 걸자 연결이 안됐다.
수십차례에 걸친 전화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해진 김 씨가 홈페이지에 게재된 주소로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지만 사무실에는 이미 다른 업체가 입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의 계좌에서는 매달 6만원의 돈이 인출되고 있었다.
김 씨는 "최근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업체가 세금 등의 문제로 폐업신고를 한 뒤 다른 업체를 차렸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면서 "결국 새로 등록한 업체를 찾아내야만 해지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4500만을 돌파한데 이어 최근 요금제가 저렴한 인터넷 전화(VoIP) 가입자 또한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용자들의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의 회원모집을 대행한 일부 별정통신업체가 재정상태 부실 등의 이유로 폐업한 뒤 '나 몰라라' 식의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회사는 '법인'으로 살아 있는 생물체다. 폐업한 회사는 시체와 다름 없다. 이런 회사들이 소비자들의 통장에서 돈을 빨아 가고 있다.
별정통신 사업자, 한탕 하고 '나 몰라라'
별정통신사란 통신사업자가 자체망 없이 기간통신사업자(3대 이통사 SKT, KTF, KT) 통신의 일부 회선을 빌려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입자를 대신 모집해 주기도 하고 요금을 대신 징수해 주는 틈새형 사업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들은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일정 요건만(자본금 30억원, 통신기술자 3명 이상) 갖추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다.
별정통신은 1, 2, 3호 3가지로 나뉘는데 1호 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로 부터 통신 회선을 임대 받아 사설교환기를 통해 접속한 뒤 저렴한 요금으로 시외,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2호는 통신사업자 대신 가입자 모집을 대행하는데 가입자로부터 요금을 징수해 주는 재과금 사업을 맡으며 3호는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회선을 빌려 오피스텔 등의 입주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화상전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2호 사업자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과도한 경쟁과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업계 상황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현금과 상품 등을 제공하거나 기반시설을 마련하다 폐업하는 경우가 다반수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집한 가입자의 납입요금 중 일정비율을 해당 이통사로 부터 수수료로 취득한 뒤 폐업하는 방식으로 이용자와 이통사의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별정통신 제도개선을 위한 자료에 따르면 별정통신사업자 수는 모두 625개로 이 중 별정1호 52개, 별정2호 589개, 별정3호 48개가 등록 돼 있다.
이 중 별정1호의 도산율은 전체 도산율의 3.4%에 불과했으나 별정2호의 도산율은 89.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또 잇따른 폐업과 '나 몰라라'식의 대응 등 사고율 역시 별정2호가 89.9%나 됐다.
시민단체, "방통위, 실질적 대안 마련해야"
실제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과 한국소비자원에는 별정통신사와 관련된 불만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일정 회원 모집 후 폐업에 따른 이용자 피해 ▲고지 없는 위약금 부과 등으로 다양하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국회차원에서 무자격, 영세 별정통신업체들의 시장진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안 제정작업이 추진 중이지만 회생의 길을 모색해 오던 별정사업자들의 반발도 예상 돼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업계 눈치만 보며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의 피해는 눈덩이로 커지고 있다.
소비자시민연대 이철중 간사는 "대안마련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방통위가 실질적인 대안마련은 커녕 눈치만 보며 오락가락 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하루 빨리 정해야 더이상의 피해를 예방할 수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