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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CC카메라는 무용지물.."녹화기록이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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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CC카메라는 무용지물.."녹화기록이 있어야지"
  • 유성용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0.04.06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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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시내버스에 설치된 차량용 CC카메라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녹화기록 보관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승객이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증거자료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다산콜센터를 통해 접수된 민원이 자치구를 거쳐 해당 운수업체에 전달되는 기간이 너무 길어 그 사이에 녹화기록이 대부분 삭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버스 승차거부 신고했더니 증거가 없네

지난 3월13일 토요일 오후 7시27분께 서울 강서구의 9호선 염창역 버스정거장. 송진아(여.32세)씨는 13개월 된 갓난아이를 안고, 임신한 동생과 함께 K운수의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의 손에는 유모차가 들려 있었다.

송 씨에 따르면 버스가 도착해 유모차를 접고 탑승하려는데 돌연 버스기사가 '사람 많은 게 안보이냐 지금 밀릴 때고 바쁘니 뒤차를 타라'고 화를 내며 승차를 거부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송씨는 "유모차를 접어서 탑승하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또 승객이 꽉 차 있었다면 타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30년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아이는 집에 내버려 두던가 낳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송 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당시의 일을 즉시 120다산콜센터에 신고했다.


하지만 K운수 측은 송 씨의 말과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해당 버스기사로부터 진술을 받은 결과 손님이 많이 탄 시간대라 유모차를 실을 공간이 넉넉히 확보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다음 버스를 이용하라고 양해를 구한 것이지 일방적인 승차 거부는 아니라는 반박이었다. K운수 관계자는 "버스기사의 불친절을 신고하는 소비자 중에는 자신의 잘못은 은폐한 채 억지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송 씨 측을 비난했다.


문제는 양측의 말을 입증해줄 결정적인 증거인 CC 카메라 녹화기록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K운수에 따르면 "13일 콜센터를 통해 제기된 민원이 열흘이 지난 23일에서야 회사 측에 도착했다. 버스에 설치된 CC카메라의 저장용량이 4~5일에 불과해 당시의 기록은 전부 지워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송 씨로서는 버스회사로부터 사과를 받기는커녕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진위를 가릴 방법조차 사라진 셈이다. 증거가 없으니 운전사의 잘못을 더 추궁할 방법도 없는 것이다.

교통민원 처리 너무 느리다

송 씨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된 데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서울시의 민원처리가 너무 더디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CC 카메라 녹화기록을 일정기간 이상 보관하도록 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정작 그런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서울시의 교통관련 민원처리 과정은 이렇다.


승객이 택시,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과 관련해 불편을 겪을 경우 120다산콜센터나, 각 시군·구청 홈페이지 신고 센터를 이용해 신고하면 된다.

콜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시스템에 의해 즉시 도시교통본부로 넘어가게 된다. 교통불편신고 조사팀에서 조사관이  1~2일 동안 조사를 거쳐 해당 자치구로 이첩된다. 자치구는 추가 진술이 필요한지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게 되고 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

결국 민원 내용이 업체에 전달되기까지 짧게는 4~5일, 길게는 보름까지도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후 관련자 진술서 작성 등을 통해 해당 자치구에서 잘잘못을 따지게 된다. 잘못이 입증될 경우 운수종사자(기사)는 10만원 이상의 과태료나 자격취소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 K운수의 차고지 관할 자치단체의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제기되는 민원을 메일이나 팩스로 그때 그때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심의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통 일주일치를 모았다고 한꺼번에 운수업체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럴 경우 CC카메라 녹화자료 등 근거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대중교통 관련 민원이 반드시 CC카메라 확인이 필요하지는 않다. 또 사건발생 즉시 민원이 제기되는 것도 아니기에 업체에 즉각 전달하는 게 크게 의미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녹화기록 보유기간 설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CC카메라 설치는 의무인데, 관리 규정은 없어

현재 버스에는 의무적으로 CC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보통 CC카메라는 운전석 좌측과 뒤쪽에 2개 그리고 우측 바깥 백미러 등 총 4개가 설치된다. 설치 장소는 운수 업체 자율이다. CC카메라 업체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단말기를 구입하며 설치를 직접 요청하기 때문. 정해진 규정이 없기에 설치되는 CC카메라의 기종은 다양하고 성능 또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개정된 교통안전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차량용 디지털 영상 기록 장치가 시내버스 내에 설치되고 있다. 7천700대에 달하는 서울시 시내버스 가운데 현재 6천300여대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설치 규정이나 지침은 마련된 것이 없다. 시는 몇 대가 카메라를 달고 있는지를 파악할 뿐"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CC카메라는 각 운수회사들이 자비로 업체를 선정 설치하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단말기가 설치되고 성능이나 메모리 용량 또한 천차만별이다. 짧은 곳은 5일 긴 곳은 10일에서 15일까지도 녹화기록이 저장된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과 관계자는 "단순 시설관리 목적 등의 CC카메라에 대한 녹화기록 저장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해당 업체의 내부지침이나 규정 마련을 통해 시행하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진술이 엇갈리고 정황이 뚜렷하지 않은 송 씨 사건처럼 CC카메라 녹화기록 등의 근거가 필요한 경우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버릴 수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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