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 '무료 통화권 믿지 마세요.'
무료 통화권을 미끼로 내비게이션 판매 한 뒤 통화권 사용을 중지시키는 수법으로 소비자를 울리는 판매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업자들은 수백만 원짜리 제품을 내밀면서 그에 상당하는 금액의 무료통화권을 준다는 말로 소비자를 꾀어 계약을 유도한다.
하지만 약속한 금액만큼의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받기 전에 통화가 중지되기 일쑤고, 설치된 내비게이션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통화요금도 통상적인 수준보다 두배 이상 높아 알고보면 터무니 없는 바가지인 경우가 많다.
지난 2005년에도 이 같은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바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최근 무료통화를 미끼로 한 악덕상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는 물론,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 통화요금 200만원 ‘꿀꺽’하고 회사는 사라져
진해시 이동의 엄승규(남.50세)씨는 지난 2008년 8월 A프라자라는 업체로부터 내비게이션을 싸게 판다는 전화를 받았다. 제품 가격은 324만원이나 했지만, 무료통화권 400만원어치를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주소를 알려주고, 영업사원의 방문을 받기로 했다.
바로 다음날 해당 업체 직원 2명이 나타나 한 명은 엄 씨에게 제품 설명을 했고 다른 한 명은 자동차에 바로 내비게이션을 설치했다. 일이 너무 신속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엄 씨는 고개만 끄덕이다가 설치와 계약. 대금 지불까지 일사천리로 끝나고 말았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엄 씨는 떠나려는 직원을 붙잡고 따져물은 결과, 대금이 비싼 이자가 붙는 카드론으로 지불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 씨는 그 자리에서 카드론을 취소하고 계좌이체로 대급을 지급했다.
그리고 엄 씨를 포함한 가족 4명은 휴대폰에 무료통화권 400만원을 나눠 충전받았다.
무료통화는 업체에서 제공하는 번호에 전화를 걸어 “번호를 입력하라”는 음성이 나오면 상대방의 번호를 입력하는 번거로운 방식을 거쳐야 했다. 업체에서 제공하는 칩을 전화기에 이식하면 이런 과정 없이 바로 무료 통화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엄 씨 가족이 사용하는 휴대본 기종과 호환이 되지 않았다.
통화요금은 10초에 70원이 넘었고 통화요금을 제외한 서비스나 문자요금은 지원되지 않았다.
엄 씨 가족은 2010년 3월 말 까지 약 2년간 무료통화를 이용했다. 그 동안 며칠씩 무료통화가 되지 않는 문제가 4번 발생했지만 모두 일주일 이내로 해결다.
하지만최근 무료통화가 되지 않아 업체로 전화를 걸어 보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 맨트가 흘러나왔다. 예전에 상담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관계자의 휴대폰도 신호음이 가지 않았다.
계약서에 기재된 주소지로 검색을 해 보니 A프라자라는 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엄 씨가 사용하지 않은 무료통화권 200만원 가량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 소식 없는 통화시간 충전.. “제발 좀 제때 달라고!”
군위군 하곡리의 박용정(남.39세)씨는 지난 2008년 8월 B에이브이라는 업체로부터 “기존에 사용하던 내비게이션을 판매한 업체를 이쪽에서 인수하게 돼 무료로 새 내비게이션을 설치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몇 일후 두 명의 기사가 방문해 제품을 설치하고 계약서를 작성해 갔다. 기사는 460만원의 대금을 요구해 ‘무료’라고만 생각한 박 씨를 당황케 했지만 기사는 480만원 가량의 무료통화가 제공되니 무료나 다름없다고 설득했다. 고민 끝에 박 씨는 대금 460만원을 카드론으로 지불했다.
기사는 무료통화 요금을 일시에 충전시키는 방식과 매번 300분씩 시간 단위로 충전시켜주는 방식의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후자는 무료통화시 다른 번호를 거쳐야하는 불편함이 없다고 해서 박 씨는 이를 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무료통화 시간을 충전받기 위해 업체에 문의하니 “회사가 이사한다”며 기다려 줄 것을 요구했다. 박 씨는 이후 수차례 다시 문의했지만 업체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계속 충전을 회피했다. 박 씨는 결국 올해 2월에서야 통화시간을 충전할 수 있었다.
지난 3월초 다시 시간 충전을 요구했으나 또 다시 2주일 가량 지체됐고 월말에는 업체에서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해당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 회사가 이사를 했고 재정이 나빠져 통화시간을 제때 충전시켜 드리지 못했다”며 “박 씨에게는 수일 이내 충전해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씨는 “언론을 통해 유사한 피해사례 소식이 많이 들리고 그 동안 피해를 본 경험도 있어 불안하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현했다.
▶ 일단 설치하면 환불은 “NO~"
전주시 대성동의 최재영(남.36세)씨는 지난해말 C업체로부터 "이동통신요금을 통장 자동이체에서 카드결제로 변경할 경우 무료 내비게이션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는 안내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기기장착을 위해 방문한 영업사원은 내비게이션 가격이 420만원이라고 했다. 최 씨가 깜짝 놀라자 영업사원은 무료 통화권을 소개하면서 "어차피 매달 4만~5만원씩 휴대전화 요금을 내기 때문에 결국 '공짜'나 마찬가지"라고 설득했다.
최 씨가 선뜻 마음을 먹지 못하자 판매사원은 일단 카드한도를 확인해보겠다며 신용카드를 넘겨받아 조회를 하는 척 했다. 최 씨는 판매원이 돌아간 뒤에야 단순 조회가 아닌 카드론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최 씨가 계약해지를 요청하자 업체는 "기기는 설치했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능하다“며 ”기기값을 제외한 무료통화권 225만원만 환불해 주겠다"고 인심 쓰듯 말했다.
하지만 최 씨가 알아보니 C업체가 설치한 내비게이션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최신 모델보다도 훨씬 비쌌다.
다행히 최 씨는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중재로 내비게이션 일부 값을 지불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