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지난 2월 24일 미국 워싱턴 하원 청문회.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긴장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급가속 사고로 촉발된 1천만대 리콜 사태와 관련해 증인으로 불려나온 것이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청문회에서 "도요타 차량의 운전자들이 겪은 사고들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차량 안전성 조사와 관련해 미국 당국과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할 것"이라 낮은 자세를 보이며 사과했다. 청문회가 끝나자 바로 현지 도요타 매장을 찾아 현장에서 만난 미국 소비자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아울러 현지공장을 방문해서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그로부터 일주일여 뒤인 3월 1일 중국 베이징을 자발적으로 방문했다. 600여명의 기자들을 불러놓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 무렵 한국에서도 도요타 차량에 대한 안전성 우려와 함께 리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에 도요타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지난 6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 도요타코리아의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도요타 차량 1만3천대에 대한 리콜이 결정된 바로 다음날이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늑장 리콜에 대해 진지한 모습으로 사과했다. 한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으니 당연한 자세였다.
하지만 공식 사과가 끝나고 보충질문이 오가는 자리에서 나카바야시 사장은 조금 다른 어조의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운전자가 순정부품을 제대로 사용하면 도요타 차량은 아무 문제가 없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이 말을 무려 10번 이상이나 했다. 또 "차량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서 실시하는 리콜이 아니다. 아주 드문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자발적 리콜"이라고 되레 생색을 냈다.
여기서 아주 드문 경우란 고리에 걸려있지 않은 고무바닥으로 된 사제 매트가 밀려올라가 가속페달과 맞닿는 경우를 말한다. 한 마디로 사고의 원인을 소비자 과실로 전가시키는 셈이다. 미국과 동일한 이유로, 그것도 5개월이나 늑장 리콜을 한 건 더 이상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미국과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본사 사장이 달려가 허리를 굽혔던 것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물론 도요타의 입장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른다. 1천만대를 리콜하는 판에 1만3천대쯤이야 눈에 들어오겠는가?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시장도 아니고.
하지만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도요타 가문의 7대손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전부터 "도요타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면 직접 발로 뛰는 오너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아마도 발로 뛰어다닐 곳을 따로 정해놨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