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으라고 마시는 유명 제약사의 드링크에 기준치 이상의 방부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6일 언론을 타고 널리 알려졌다.
1998년부터 드링크의 방부제 허용 기준이 0.1%에서 0.06%로 낮아졌는데도 과거 기준에 맞춰 생산된 9개사 14개 제품이 최근까지 시중에 유통됐다는 것이다.
방부제 드링크를 무려 12년 동안이나 모르고 마셨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 대신해 눈에 불을 켜고 있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반응은 무덤덤하기 짝이 없었다.
취재를 위해 담당부서인 바이오의약품과에 전화를 걸었더니 해당 과에서는 뭐가 문제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겨우 사실 확인을 마친 바이오의약품과 관계자로부터 “1988년 생약 또는 한방드링크의 방부제 기준치를 양약 드링크 수준으로 강화했지만, 당시에 사후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시판중인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이 관계자는 예상 밖의 대답을 내 놓았다. “해당 제품들의 방부제 함량이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는 수준보다 낮기 때문에 따로 회수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방부제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은 맞지만, 그 정도 먹는다고 별 탈 있겠냐는 안이한 생각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통화상대가 식약청 직원인지, 제약사 직원인지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한 직원의 사견이거나, 말실수라고 그냥 흘려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무려 12년 동안이나 방부제 드링크를 파는 걸 구경만 한 것을 보면 식약청 전체에 안전 불감증이 퍼져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결국 식약청은 날짜가 바뀐 다음에야 드링크는 물론 감기약 시럽 등 마시는 의약품의 방부제 함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식약청이 해야 할 일을 하겠다니 그마나 다행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준만 엄격하게 세워 놓고 사후감시는 손을 놓는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방부제 조금 더 들어간다고 그걸 먹고 사람이 바로 탈이 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든든한 식약청’이란 구호가 헛된 메아리가 아니길 다시 한 번 기대해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