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하는 낭만을 기대하기 어려운 봄이다.
좋아진다는 경제는 피부에 와닿지 않고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고'가 온 국민의 가슴을 할퀸다. 게다가 폭설과 늦추위로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날씨까지 작당해 봄을 즐길 여유를 빼앗아간 것 같다.
그래도 봄은 온다. '삶이 힘들어도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고 말해주려는 듯이. 그래서 시인은 봄을, 봄의 꽃을 노래한다.
단단하게 겨울을 견디던 나무들
햇빛쪽으로 기울어진다
햇빛 길목으로 몰려 고개 내민 목련송이들
(우리 따스한 기억쪽으로 마음 기울 듯)
아껴두고 하지 못한 가슴속 말
펑펑 터뜨리고 있다
팍팍하기만 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따사로운 봄 햇살같은 시집이 있다. 이름도 “다시 목련”이다.
“사는 일엔 그리 많은 마음이 필요 없는지 몰라. 그저 함께 비를 맞고 두 손을 따뜻이 마주 잡기”라고 말한 시인은 시련을 함께 견디고 위로를 나누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전하고 있다. 선한 마음을 가진 시인의 눈은 겨우내 단단해진 나무가 봄 햇살에 몸을 기울이는 자연의 미세한 변화도 놓치는 법이 없다. 봄이면 응당 피는 목련도 시인에겐 옛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흘러가는 시간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삶의 가치와 사랑을 일깨워주는 시인은 시를 통해 선한 마음이 허공을 가득 채우는 마을공동체를 그려냈다.
고옥주 시인의 세번째 시집 「다시 목련」(부제-허공과 바람과 별의 시)을 두고 도종환 시인은 “그녀가 꿈꾸는 마을에 가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그 마을에선 아픈 기억과 상처를 흘려보내고 모두가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펴낸곳 동학사. 값 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