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정부가 오는 7월 중으로 비만치료제 '리덕틸'의 퇴출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표면상 보고서를 심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설명이지만,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6일 살빼는 약 '리덕틸'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애보트가 비만체료제 시부트라민에 대한 최종보고서(SCOUT)를 제출했다며, 이르면 오는 7월 중 최종 조치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식약청에 따르면 최종보고서는 총 10만5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애보트는 식약청과 FDA, 유럽의약품청(EMA)에도 동시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MA는 지난 1월 시부트라민에 대한 예비결과에 따라 판매중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리덕틸 등 시부트라민 제제에 대해 판매중단 조치를 취했다.
반면 우리나라와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예비결과가 즉각적으로 판매중지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 최종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시부트라민에 대한 퇴출여부를 미뤄왔다. 이후 우리나라 식약청은 원칙적으로 고혈압환자 등 위험군에 시부트라민 제제를 처방하지 않도록 의료인에게 재차 당부한 바 있다.
문제는 EMA가 지난 1월21일(현지시간) 시부트라민 제제 사용중단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식약청의 행보에 있다. 당시 식약청은 EMA의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리덕틸 등 시부트라민 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FDA가 시부트라민 제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지난 3월말 도출될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퇴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식약청이 또 최종보고서 분량이 방대한 점을 들어 심사시간을 벌면서 FDA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는 빈축이 나오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벌써 3개월 전에 시부트라민 제제를 퇴출시켰는데, 식약청이 FDA 눈치를 보느라고 결정을 못내리는 것이 아니냐"면서 "과거에도 유럽에서 내린 결정보다 FDA 따라하기 급급했던 것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EMA에서도 시부트라민제제에 대해 시장철수나 퇴출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단지 '판매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유럽과 달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시부트라민 제제에 이어 펜타민 제제 등 향정신성 약물이 많이 사용되고 있어 최종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제약업계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를 약 900억원대로 잡고 있다. 리덕틸 등 시부트라민 제제가 약 500억원으로 시장을 리딩하고 있으며, 푸리민.푸링 등 향정 식욕억제제 시장은 약 31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 뒤를 이어 제니칼, 리피다운 등 지방분해 효소억제제 시장이 약 130억원으로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