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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서민에겐 '바늘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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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서민에겐 '바늘구멍'
출범 6개월 대출 실적 100억 남짓..구조적 개선책 필요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0.06.23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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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저신용․저소득층 서민들을 위한 소액대출 금융기관을 표방하며 출범한 미소금융이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재원이 부족한데다 대출 자격기준도 까다로워 서민들에겐 여전히 ‘문턱 높은’ 금융기관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미소금융은 여전히 서민들에겐 문턱 높은 금융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출범 6개월 초라한 성적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 11일 현재 미소금융 지원실적은 48개 미소금융 지점을 통해 총 1천204명, 총93억2천만원이 지원됐다. 대출 목적별로 보면 창업자금이 3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운영자금 24억5천만원, 무등록 사업자금 22억2천만원, 시설개선작업이 13억5천만원이었다. 지난 5월부터는 기존 사업자에게 지원을 시작해 629명에게 27억6천만원을 대출했다.

2조2천억원의 재원을 조달해 서민 금융에 숨통을 트겠다던 당초 취지에 비하면 부진하기 짝이 없는 실적이다.

이 같은 결과는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던 재원 조달문제와 까다로운 대출기준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은 외형과 달리 실제 비축된 재원이 충분치 않은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삼성미소금융재단을 시작으로 우리․국민․신한은행 등 금융권과 대기업이 앞 다퉈 미소금융재단 설립에 나섰다. 또 6개 대기업의 출연금 1조원과 5개 은행권 출연금 2천억원, 휴면예금 7천억원, 증권단체 기부금 등 총 2조2천억원의 재원이 사업비로 조달됐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충분한 재원이지만 각 기업에서 매년 얼마씩을 나눠 출연하는 형태다보니 실상 연간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은 크지 않다.

이렇듯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많다보니 대출조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설령 조건에 부합하더라도 모두 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소금융 지원조건은 개인신용등급 7등급 이하 10등급 이상의 저소득․저신용 계층으로 자립을 위한 창업대출을 희망하는 자로 보유재산 대비 채무가 과다한 자, 개인회생·개인파산 신청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여기에 대출금 상환능력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또 대출을 받게 된다고 해도 상담부터 접수, 적격여부 심사, 대출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한 달 가까이 걸려 신청자를 지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 은행권에서 평균 3~5일이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때문에 실제로 대출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많지 않자 일부에서는 정부와 대기업이 ‘서민지원’을 앞세워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초기 인프라를 구축해 점차 지점을 확대, 안정화되어 가고 있는 단계인데 단지 실적만 가지고 왜곡된 평가를 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재원조달 여부가 성패 관건

금융 전문가들은 미소금융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현 시스템 하에서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소금융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재원 확보와 대출창구 확대, 대출 기준은 완화하되 도덕성 헤이 방지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거나 중복수혜 폐해를 막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금융위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공동개최한 컨퍼런스에서도 참석자들은 미소금융이 해결해야할 우선 과제로 다양한 상품개발과 미소금융지점 확대, 사업지속성 확보 등을 꼽았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의 기부를 활성화화고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한편, 중복수혜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상달 KDI 선임연구위원도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현 4.5%로 책정된 대출금리를 시장금리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일부에선 국제투자기구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에 미소금융 지점을 60여개로 확대하고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소금융 대출자격 기준도 사업자 등록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규창업자도 최대 5천만원의 창업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완화했으며 재원확보를 위해 편의점이나 상점 등에서 현금 거래시 발생하는 ‘끝전’(100원)을 국민들에게 기부 받아 미소금융 사업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상담과 심사, 승인, 사후관리 등의 대출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고 중복수혜자를 방지하는 통합정보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미소금융 한 관계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미소금융을 민간이 아닌 정부가 하는 줄 알고 문의해 오는 등 홍보가 잘 안 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저신용자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미소금융대출 외에도 보증부 담보대출, 지역신용대출 지원 등 지자체와 연계해 통합시스템을 운영하고 설명회 등을 통해 수요자들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은 제1금융권에서 소외된 저신용자들이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렸다가 상환을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현실속에서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공익적인 민간대출기관임에는 틀림없다. 미소금융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재원조달과 시스템 구축, 홍보강화가 시급히 요구된다.   

한편, 미소금융을 사칭하거나 대출대행 대가로 거액의 중개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불법대부업체들이 성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나 대출사이트 등을 통해 의심가는 업체들을 발견하거나 실제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즉시 금융감독원 또는 관할경찰서에 신고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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