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과 자본시장연구원,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는 금융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지난 29일 금융권의 영업행위 전체를 총괄적으로 규제하고, 소비자보호 감독조직을 신설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3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업계 대표와 소비자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띤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김두경 은행연합회 상무는 업권별 규제를 총괄적 규제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 "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 예금상품을 새마을금고 상품과는 분명히 다르게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택 생명보험협회 상무도 "보험의 경우 약관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합적인 상품인데 일반 투자상품, 예금상품처럼 규제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금융선진국도 판매조직을 통합적으로 규제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찬문 변호사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한가지 규제로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개별 판매업자에 대한 규제는 업권별 법률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취지를 거론하며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거래 불공정성을 바꾸려는 데 있다"며 "금융기관과 소비자 간의 대등하지 않은 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바꾸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와 금융기관 간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피해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판매자에게 넘기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소비자 피해 입증 책임은 될 수 있으면 기업이 부담하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정보공개 범위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두경 은행연합회 상무는 반대 견해를 명확히 했다.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서도 소비자단체 대표는 적극 찬성 견해를 표명했지만, 업계 쪽은 반대 의견을 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와 금융기관 간에 조정결정이 나더라도 업체들이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의 분쟁절차로는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기 때문에 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밖에도 소비자보호감독 조직을 별도로 설치할 것인가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은행연합회 김 상무는 "별도 조직을 설립하면 자료 제출 등 금융기관의 업무부담만 가중되고 전문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고, 김영욱 논설위원은 "신뢰성의 문제인데 현재의 기구로는 어려우므로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박찬문 변호사는 "현재 금융감독 조직이 있는 만큼 여러모로 무엇이 최적의 시스템인지 검토해야 한다"며 "다만, 부처 이기주의에 매달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회사들은 각 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업권별 주장이 담긴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보험권에서는 국회 통과 저지 운동도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 입법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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