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인]수그러들줄 모르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발 빠른 장삿꾼들은 벌써 추석 장사에 돌입한 모양이다.
추석 경기 전망이며 선물 동향이 심심찮게 지면에 오르더니 오늘은 롯데백화점에서 5000만원권 상품권을 판다는 기사가 번쩍 떴다.
5000만원외에 , 3000만원, 1000만원, 300만원 상품권 세트도 있다고 한다. 5000만원 짜리 상품권은 1장 짜리가 아니라 50만원권 100장 묶음으로 되어 있다고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설에 이런 고액상품권을 처음 발행해 짭짤한 재미를 봤는지 이번 추석에 물량을 늘려 잡았단다.
짚히는 부분이 있어 옛날 기사를 검색해봤다. 그 대목이 바로 떴다. 지난 3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뇌물공여 사건때 5천만원 상품권 얘기가 이미 세상을 한번 뒤흔들었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박정규 전 민정수석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에게 각각 1억원 상당의 상품권(50만원권 200장)을, 민주당 당시 안희정 최고의원에게는 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50만원권 100장)을 건냈다고 발표했다.
이들에게 전달된 상품권은 박회장이 부산 롯데백화점에서 구입한 3억원 상당(50만원권 600장)의 상품권 일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검찰 발표로 미루어볼 때 롯데백화점의 고액 상품권 판매는 지난 설이 처음이 아니라 상당 시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박회장이 50만원권 600장을 구입한 시점이 벌써 2004년 12월이었다. 롯데백화점이 이 시점에서 왜 특별히 5000만원 권 상품권 판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지 속내를 알수는 없지만 아마도 VVIP들에게만 암암리에 팔다가 잠재 수요층이 의외로 많은 점을 깨닫고 드러내기로 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5000만원짜리 상품권에대한 일반인들의 소회는 한마디로 ‘헉~’이다.
일반 서민이 5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5000원 짜리 가정식 백반을 1만번 먹을 수있다. 600원짜리 라면 8만3300개를 살수도 있다. 비싸다는 대학등록금도 10학기를 마칠 수 있는 돈이다.
롯데백화점은 5000만원 짜리 상품권이 기업들의 단체 선물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며 뇌물용으로 사용된다는 논란에서 비켜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이 고액의 상품권이 뇌물용으로 사용된 것이 버젓이 드러났다. 아마 재수없이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고액의 상품권이 뇌물용으로 선호되는 것은 사용시 따로 서명할 필요가 없어 누가 사용했는지 알수가 없고 건네줄 때 부피가 적기 때문이리라.
또 기업들이 이 같은 고액을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비자금을 만들어야 하지만 상품권으로 하면 경비로 인정받을 수있다.
롯데가 선발대로 나서자 눈치만 보던 갤러리아 신세계, 현대백화점등 다른 백화점들이 당당하게 고액 상품권을 내놓고 있다.
만약 이번 추석에 누가 나에게 5000만원짜리 상품권을 선물했다고 하면 어떨까?
뇌물일까? 선물일까? 간단하게 진단해보는 방법도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윤리경영가이드북에 따르면 ▲밤에 잠이 잘 오면 선물, 그렇지 못하면 뇌물 ▲언론에 보도돼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뇌물, 그렇지 않으면 선물 ▲ 현재 자리를 옮겨서도 받을 수 있는 것이면 선물,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것이면 뇌물이다.
이런걸 따지는 것도 괜한 헛수고다. 10만원, 5만원, 1만원, 5000원권 상품권 말고는 본적도 들은적도 없는 서민들이 뇌물 선물을 따져서 고민할 일이 무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