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 소비자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소비자원(원장 김영신)이 올해 공공기관 청렴도에서 '낙제점'을 받아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업들을 견제하고 제도와 규범을 세워야 하는 막중한 업무가 제대로 수행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로 나눠 실시된 이번 평가에서 소비자원은 최하위 등급의 준정부기관중 내부 평가가 외부 평가보다도 오히려 낮은 유일한 기관이어서 내부 직원의 만족도가 낮고 조직문화나 예산집행등이 투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눈총도 받고 있다.
13일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은 낙제점인 '매우미흡' 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는 △매우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미흡등 5단계로 평가됐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이번 평가는 전문조사기관에 의뢰, 민원인및 공직자 총 22만6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높은 신뢰도를 나타내고 있다. 조사대상 기관은 중앙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시도 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총 711개 기관이었다.
공직유관단체(준정부기관)에 속한 한국 소비자원은 10점 만점 중 8.34를 받아 조사 대상 76개 기관중 73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게다가 조직문화, 예산집행 등을 측정하는 내부청렴도가 외부 청렴도보다 오히려 낮아 내부 조직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최하위 등급의 준정부기관 중 내부청렴도가 외부청렴도보다 낮은 유일한 기관인 점도 눈길을 끈다.
이같은 점수는 영화심사 외압파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영화진흥위원회보다도 0.5나 낮은 수준이다. 0.01로도 순위가 갈리는 이번 평가에선 적지 않은 차이다.
소비자원이 이처럼 청렴도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은 최근 공익요원의 뇌물 로비 수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소비자원은 최근 한국소비자원에서 근무한 한 공익근무요원이 자신의 사업(학원운영)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기 위해 소비자원 직원 20여명에게 금품은 물론 룸살롱 접대까지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최근 검찰및 경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아왔다.
소비자원 전체 직원이 250여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직원의 거의 10분 1가량, 의사결정권이 있는 3급 이상 간부급 직원 수를 기준으로 하면 3분의 1정도가 학원 체인을 운영하는 한 젊은 공익요원에 의해 놀아났다는 의혹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소비자원은 이문제로 국회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포화를 맞았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드러 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 사건이 이번 평가에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소비자원 간부.직원들을 접대 의혹 장본인과 대질을 하는등 매우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다. 수사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 날 경우 소비자원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기관 사람들은 소속 기관에 대해 애정을 갖기 때문에 밖에서 누가 뭐라던 내부는 감싸고 보는 성향이 있는데 한국소비자원은 내부청렴도가 외부청렴도보다 오히려 낮게 나왔다”며 “공익요원 뇌물 의혹 파문 뿐 아니라 인사나 조직운영 등 기관 전반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