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9식구다. 식욕이 왕성한 10~20대 형제 자매들이 7명이나 되다 보니 치킨 파티를 벌일려면 적어도 4~5마리는 가져야 한다. 가장 손쉬운 간식이고 식구들이 워낙 좋아하지만 언제부터 먹는 기회가 뜸해졌다. 가격이 워낙 비싸진 탓이다. 특히 1마리에 1만 7천~2만원 하는 브랜드 치킨은 누가 선물이라도 해줘야 겨우 먹게 된다.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치킨, 공원 옆 전기구이는 2마리에 1만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1마리 6천원 하더니 그마저 경쟁이 심해서인지 요즘 2마리 1만원으로 내렸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지에서도 6000~7000원이면 후라이드 치킨 1마리를 살 수 있다.
요즘에는 기름에 튀긴 치킨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 생닭을 구입해 삶아 먹는다. 대형마트에서 3천400원이면 중간크기 생닭을 살 수 있다. 가장 저렴할 때는 2천500원에도 구입했다. 하림, 마니커 등 브랜드 닭은 이보다 비싸지만 아무리 해도 8천원을 넘지 않는다. 거기에 인삼이나 수삼을 넣고, 황기 대추 마늘 등을 넣어 삼계탕을 만든다. 생닭 10마리, 수삼 조금 넣고 9인분 삼계탕을 끓이는데 3만원이 채 안된다.
간혹 BBQ, 교촌, 굽네 등 브랜드치킨이 끌릴 때가 있다.
그땐 1명당 1~2조각으로 먹는양을 제한해야 한다. 브랜드치킨은 1마리에 1만5000원~2만원 이상 나가기 때문이다. 중간 가격대가 1만7000~1만8000원 한다. 삼계탕 9인분 가격이 브랜드치킨 2마리와 맞먹는다.
삼계탕 가격은 음식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6천원대다. 임대료가 비싼 음식점에서는 1만2000원이 넘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브랜드치킨보다 5000원 이상 저렴하다.
1마리에 6000~1만원 사이 가격대인 동네치킨집은 말만 잘하면 절임무도 무한리필이 된다. 그렇다고 브랜드치킨에 비해 튀김옷이 더 많은 것도 아니다.
브랜드치킨 가격이 언제부터 이렇게 살인적인 수준이 됐을까?
최근 4~5년간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폐사되는 닭이 많아지면서 치킨업계는 원재료값 상승 등을 이유로 수시로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치킨 1마리에 1만원대 초반이던 가격이 중후반으로 고정되면서 2만원시대를 열었다.
그때마다 치킨프랜차이즈 업계는 전세계적인 곡물가 고공행진을 이유로 닭고기 가격이 올랐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식용유, 치킨파우더, 소스 등 원재료 가격인상 탓만 했다.
알만한 사람들은 엄청난 가격인상의 배후에 업체들의 담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엄청난 로열티를 시사하기도 했다.
영세업소들의 반발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롯데마트 치킨의 판매중단을 서운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치킨에대한 소비자들의 가격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통큰치킨'의 후폭풍에 못이긴 척 프랜차이즈업체들의 가격담합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번 조사만큼은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치킨 가격 정상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