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그렇게 쉽더니… 해지는 구만리 길이더라구요”
22일 경기 이천시 관고동에 사는 박 모(여.33세)씨는 인터뷰내내 연신 한숨을 토했다. 지난해 11월 인터넷 TV를 신청하고 유료채널을 사용하면서 ‘소비자는 봉’이라는 자괴감만 커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인터넷TV를 설치하고 나서 바로 유료 영화채널을 신청했다. 당시 시간여유가 있어 한 달만 볼 생각이었다.절차는 매우 편리하고 간편했다. 리모컨으로 “유료채널 신청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에 ‘확인’만 누르면 됐다.
“한달만 볼 생각이었고 실제 그이후론 안 봤거든요. 근데 요금이 이렇게 나와서 놀랐죠” 1년이 지난 후에 그동안 빠져나간 요금을 확인하고 놀란 박 씨. 이용하지도 않은 유료채널 요금이 매달 부과돼 그동안 빠져 나간 돈만 10만원에 달했다.
박 씨는 곧바로 해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화면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해지’ 버튼이 없었고 전화를 걸 때마다 통화중이었던 상담센터에 가까스로 연락해 2일만에 어렵게 해지할 수 있었다.
박 씨는 “가입이랑 해지가 너무 다른 것 아닌가요? 돈앞에 고객 편의는 없는 느낌"이라며 답답해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이 모(여.39세)씨도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이 씨는 부모님을 위해 지역 케이블TV를 신청했다. 그런데 다음해에 이 씨는 계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부모님은 가입한 적 없다는 성인방송 등의 유료채널 요금으로 무려 50만원의 금액이 빠져 나가고 있었다.
바로 해지를 신청하려고 보니 화면상에 '해지'란 항목은 없어 전화를 거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렇듯 인터넷TV, 케이블 방송 등의 유료채널 신청은 리모컨을 누르는 동작만으로 1초만에 할 수 있지만 해지는 대부분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복잡한 구조다. 어렵게 전화 연결이 돼도 상담원의 '2개월 무료 시청', '요금 할인'등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해지를 못하기 일쑤.
피해를 당한 이용자들은 “수입과 직결되는 신청은 편리하고 해지는 어렵게 되어있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윤미 본부장은 “가입과 해지의 절차가 다른 것은 이전부터 제기된 문제”라며 “제3자가 멋대로 할 수 없도록 본인확인 등을 거치는 안전망만 구비된다면 해지도 가입만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