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상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노예계약이나 다름없어 학생과 학부모의 속을 태우고 있다.
1천 만원이 훌쩍 넘는 거액을 내고 교환학생 자격을 얻지만 현지에서 머물 가정(Host hounse)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것은 물론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속수무책이다. 현지에서 아이의 신변을 책임지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와 한국의 학부모가 직접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횡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언어 실력 향상과 문화교류를 위해 조기유학을 떠나지만 도리어 금전적·정신적 상처만 남을 수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2일 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박 모(여.51세)씨에 따르면 박 씨의 자녀 김 모(17.남)군은 지난 8월 전문업체를 통해 캐나다 핼리팩스 지역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이 같은 낭패를 겪고 있다.
박 씨는 김 모 군이 머물렀던 호스트 하우스 가족들은 그를 방치하다시피 했다고 주장했다. 집이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가족들이 직장에 나가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김 군은 종일 혼자 있었으며 밤 10시쯤이 돼서야 겨우 저녁을 먹을 수 있었고, 호스트맘은 툭하면 김 군을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참다못한 김 군이 한국 기구와 연계된 캐나다 현지 전문기관 소속의 현지인 코디네이터에게 호스트하우스를 바꿔달라고 부탁했지만, 코디네이터는 김 군에게 문제가 있다며 귀기울여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김 군의 사정을 들은 어머니 박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교환학생 규정상 학부모와 코디네이터가 직접 연락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스트하우스도 코디네이터의 허락이 떨어져야만 바꿀 수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유학을 주선한 한국 기구에 요청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진 않았다.
결국 박 씨는 김 군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3개월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김 군은 캐나다를 떠나 지금은 미국 친척집에 머물고 있다. 외고 1학년이던 김 군은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면 2학년으로 복귀하려 했으나 이마저 어렵게 됐다.
박 씨는 "교환학생을 보내는 것이 장사가 아니고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라면 자격 없는 호스트와 코디네이터에게 학생을 맡겨선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자식을 인질 잡힌 심정에 마음이 타들어 가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나"고 분개했다.
김 군이 10개월 간 교환학생 자격을 얻는데 지불한 총 비용은 1천6백51만원. 박 씨가 기구에 환불을 요청하자 기구는 500만원만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 환불도 캐나다에 함께 교환학생으로 간 김 군 친구의 호스트패밀리가 김 군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실을 박 씨에게 이메일로 알려, 증거자료로 남아 김군 주장을 입증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업체측은 "대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가 갑작스럽게 프로그램 중지를 선언했고, 이는 환불이 불가능하나 예외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며 김 군의 교환학생 중단이 전적으로 김 군과 박씨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하길 요청했다.
업체 관계자는 "캐나다 전문기관과 코디네이터, 호스트패밀리는 김 군과 박 씨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양쪽 입장을 공정하게 고려해 환불 금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환학생이 현지에서 호스트패밀리와 코디네이터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 조사조차 현지 전문기관이 담당해 공정성도 의심된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 캐나다라는 점이 우리의 한계"라고 인정했다.
또 학부모와 학생이 호스트하우스를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지 기관이 기본조건에 맞는 집을 선발해 학생에게 배정하지만, 실제 가족의 모습과 조건, 형편은 미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현지 코디네이터 간 연락 할 수 없는 규정은 "정보 전달의 혼선을 막기 위해 지켜온 오랜 전통이라 존중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앞으로 논의해 볼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교육원에 따르면 2009년 조기 유학을 떠난 전국 초·중·고등학생은 1만8천119명으로, 2008년(2만7천349명)보다 33.7%(9천23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학생이 8천888명에서 5천723명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고, 초등학생은 1만2천531명에서 8천370명으로 감소했으며, 고등학생은 5천930명에서 4천026명으로 줄어들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심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