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 한 달 간 완전무료!”
최근 무료라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각종 '사기성' 이벤트가 넘쳐나고 있다. 창립 기념이나 출시 기념, 홍보차 물품을 무료로 준다고 미끼를 던지고는 곧바로 유료로 전환해 비싼 값을 챙겨간다.
유료방송채널, 파일공유사이트, 휴대폰 콘텐츠에서 식료품, 여행상품에 이르기까지 공짜를 빙자한 이벤트에 낚여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 민원이 넘쳐나고 있다.
'공짜'라는 달콤한 '미끼'를 무는 순간 큰 낭패를 겪을 수 있음으로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루에도 수 건씩 무료 미끼 영업에 낚여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 제보가 쇄도하고 있다.
◆음악 파일 무료 이벤트..1년간 10만원 몰래 빼가
서울 대치동에 사는 송 모(남.32세)씨가 겪은 일이 바로 그랬다. 송 씨는 지난해 12월 “한 달 간 무료!”라는 파일공유 사이트에 가입했다. 한 달 간 무료라는 말에 주저없이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것.
12월 한달간 수 차례 사이트를 이용했던 송씨는 다음달부터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았고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송 씨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 건 며칠 전.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사이트로 사용요금이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갔던 것. 금액으론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송 씨는 “그동안 ‘9,900원이 결제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오긴 했다. 그냥 스팸문자라고나 생각했지 쓴 적도 없는 사이트 이용료라고 생각이나 했겠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놀란 송 씨는 바로 업체 측에 항의했다. 그런데 업체측에서 돌아온 말이 기가 막혔다.
“가입 때 인증절차를 거치면 유료전환 규정이 나옴으로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것.
송 씨는 “1년 동안 한 번도 쓴 적이 없는데 10만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고 하니 억울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업체측은 “송 씨의 경우 매달 휴대폰 지로용지를 통해 요금부과에 대한 고지를 했음에도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미사용이라는 점을 감안해 4개월분을 환불했으며 이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문제는 송 씨와 유사한 사례가 수만 건에 달한다는 것. 송 씨와 유사한 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의 회원수는 21일 현재 8만 명에 달한다.
◆지로용지에 실려온 '무료' 건강식품
낚시영업은 인터넷이나 핸드폰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남 광양시 마동에 사는 안 모(남.56세)씨도 낚시영업에 당해 피해를 당했다.
안 씨는 4월 쯤 직장에서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무료로 블루베리 건강식품을 보내줄테니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안 씨가 본인부담이 없냐고 묻자 업체측은 “예전에 자사제품을 이용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는 차원이며 택배비도 우리가 부담한다”며 안 씨를 안심시켰다.
어느날 집에 돌아와 아내와 아이가 블루베리 팩을 먹고 있는 것을 본 안 씨.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공짜라고 했던 블루베리 상자 안에 입금을 요구하는 지로용지가 들어있었다. 10만원을 훌쩍 넘는 액수였다.
놀란 안씨는 바로 업체에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이 더 기가 막혔다. “누가 그런 (공짜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느냐?”라던 것.
안 씨는 “업체에서 ‘당신 제정신이냐, 그게 얼마짜린데 공짜로 주겠느냐, 법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분명히 무료라는 부분을 확인했는데 이건 명백한 소비자 우롱아니냐. 이런 방법에 속아 가슴앓이 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겠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홍보용 무료 콘도라더니 98만원 빼가
서울 광진구에 사는 원 모(남.44)씨는 ‘무료 콘도'에 속았다.
원 씨는 2009년 5월 "무료 콘도회원권에 당첨 되셨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절대로 비용이 들지 않는 무료 회원권이며 홍보차원에서 제공한다”는 콘도업체의 말을 믿었던 원 씨.
그러나 거짓말이었다.
원 씨가 다음달에 받은 신용카드 요금청구서에는 콘도이용대금 98만원이 10개월 할부로 찍혀 있었다.
원 씨는 “공짜로 주면 금융감독원에 걸리니 결제한 것으로 꾸미도록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알려달라기에 곧이 곧대로 믿은 것이 발등을 찍었다"고 분개했다.
화가 난 원씨가 계약 취소를 위해 회사측으로 전화 연락을 했지만 상담원은 현재 전화 상담 예약이 밀려 있어 전화를 주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원 씨는 이후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 녹취 등 증거 남기고 철저히 따져 물어야
이렇듯 낚시영업의 피해는 거의 모든 업종, 모든 물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콘텐츠 이용이 무료라는 등 공짜 이벤트로 소비자를 속인 사례가 엄청나게 많아 올해 1월 '공짜 이벤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규정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선 소비자들이 가입시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이드라인 시행 후 유사사례가 상당히 줄었지만 혹시라도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면 구제신청을 하라”고 조언했다.
무료시음, 회원권당첨 등 다른 낚시영업으로 인한 피해에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판매자는 온전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공짜 이벤트는 정당한 거래라고 볼 수 없다”며 “의심되는 이벤트는 굳이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이미 계약에 응했을 경우 녹취 등 증거를 남겨둔 후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