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지도 않은 유선전화의 요금을 10년간 매달 납부해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소비자가 충격을 받고 있다.
휴대폰이 보편화된 요즘, 집집마다 한 대씩은 있었던 유선전화 가입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10년 10월 말 현재 유선전화 가입자 수는 1천940만 명으로 매달 수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급격히 감소하는 유선전화를 그나마 지탱해주는 것이 회사 사무실이다. 사무실에서는 보통 직원 수만큼 유선전화를 비치해놓기 때문에 적게는 몇 대 많게는 수십 대 이상의 유선전화 회선을 확보해놓고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유선전화 수가 많은 만큼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자기가 모르는 새에 사용하지도 않는 회선의 요금을 낼 수가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에 사는 김 모(남.37세)씨는 지난 10월 중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29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했다.
사무실에 사용 중인 전화기는 7대인데 전화요금은 8개 회선 분이 나가고 있었던 것.
전화요금이 자동이체로 납부되는 데다 사용하는 회선이 많아서 안 쓰는 회선이 있으리라고는 그동안 사무실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해당 회선은 전화선조차 빼놓지도 않아 외관상 확인은 전혀 불가능한 상태였다.
김 씨의 회사가 해당 사무실을 사용한 지 10년째이니 그동안 매달 5천2백원 가량의 돈이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황당한 김 씨의 사무실에서 KT 고객센터에 항의했으나 사무실로 찾아온 담당자는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면 최소한 선이라도 뽑아놔야 이제부터라도 쓸 수 있을 것 아니냐"는 말에 그제야 해당 회선을 뽑아주고 "6개월 치의 요금을 감면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화가 난 김 씨가 "10년 동안 모르고 있었으니 그동안 나간 돈이 상당할 텐데 6개월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자 담당자는 "1년 이전의 요금내역은 조회할 수 없다"며 "정 그렇다면 1년 치 요금을 감면해주겠다"고 선심 쓰듯 얘기했다.
김 씨는 "무조건 책임 없다고만 하고 사장님께도 반말을 일삼으니 도대체 사무실에 협상하러 온 건지 협박하러 온 건지 모르겠다"며 "전국적으로 전화기를 여러 대 쓰는 사무실 중에 이런 피해를 보는 곳이 상당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KT 측에서는 "고객정보보호 차원에서 일정 기간이 지난 자료는 폐기하는 것이 규칙"이라며 "최대한 고객을 배려하려 노력하겠지만 서류상으로 증빙할 수 없는 기간까지 환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가능한 기간까지는 최대한 빨리 환급해 드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요금내역서를 꼼꼼히 보는 소비자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문했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