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을 주고 구입한 새 노트북 컴퓨터에 수리이력이 있어 소비자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업체 측은 전산상의 오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리퍼비시가 아니라는 증명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어 관련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30일 경기도 의왕시 삼동에 사는 이 모(남. 27세)씨에 따르면 올해 1월 경 신세계몰에서 199만원을 지불하고 HP 노트북(hp pavilion dv6 2008tx)을 구입했다.
몇 개월간 쌩쌩하게 돌아가던 노트북은 이달 초 무리한 밤샘작업을 몇번 거친 후 열이 나더니 결국 화면이 정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씨는 노트북을 다시 꺼볼까 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장시간에 거쳐 작업했던 파일이 지워질까봐 엄두를 내지 못하고 AS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의 요청에 따라 기계의 시리얼 넘버를 알려주던 이 씨는 잠시 후 귀를 의심하게 되는 말을 들었다. 상담원은 “임00 고객님이십니까?”라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을 부른데 이어 11월 께 수리를 받은 적이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화들짝 놀란 이 씨는 순간 새 것으로 알고 구입했던 노트북이 혹시 리퍼제품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어 이를 확인하자 상담원은 “우연히 타 사용자와 시리얼 번호가 겹친다. 확인 결과 리퍼가 아닌 새 제품”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씨가 "새 제품이란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를 팩스나 이메일로 받아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직접 와서 확인하라"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시리얼 번호가 겹친다는 임씨와 통화하게 해달라고 요청해도 연락이 안 된다는 안내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소유주를 구분하기 위해 발급하는 시리얼 번호가 겹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계속 리퍼제품이란 의심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이 씨의 의심을 기우라고 일축했다.
HP 홍보실 노트북 담당 최동섭 차장은 “리퍼품의 경우 제품의 박스나 광고에 분명히 이를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없었다면 새 제품인 것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드물지만 제조 공정상의 착오로 시리얼 번호가 겹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또, 전산 입력 과정에서의 실수 일수도 있지만 현재로썬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정황상 리퍼제품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컴퓨터 보수업체 관계자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반품이나 기타 요인으로 수거 후 다시 출시된 제품일 경우 시리얼 번호가 겹칠 수 있다”며 “전산 입력상의 오류라고 한다면 업체가 나서서 이를 해명할 수 있지만 주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심을 키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양우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