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9년여간 100여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이른바 '경기북부 발바리'로 불렸던 40대 가장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원심때 "차씨가 범행기간이나 횟수, 피해자 수 등에 비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점, 피해자들의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임에도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무기징역과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및 5년간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차 씨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화물차를 운전하며 경기북부 일대의 혼자 사는 여성들의 집을 알아뒀다가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100여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
차 씨는 일부 여성의 집에 방법창을 뜯고 침입하거나 같은 여성을 수 개월 뒤 찾아가 또 성폭행하기도 했으며 친자매를 동시에 성폭행하는 등 흉악하고 대담한 범죄를 행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차 씨의 범죄 전모를 살펴보자.
차 씨의 범죄행각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혼자 사는 여성들 집을 털기로 마음먹은 차 씨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여성들을 성폭행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성폭행은 결국 절도보다는 비뚤어진 성관계를 야기시켰다.
긴장된 상태에서의 성관계가 성적 쾌감을 자극시켰고 결국 절도 보다는 성폭행에 빠져들게 된 것. 이후 차 씨는 습관적으로 성폭행을 일삼는다. 여성들을 쫓아가 혼자 사는지 여부를 파악한 뒤 자정에서 새벽 4시 사이에 범행을 시작한다. 장갑과 마스크를 사용해 철저히 자신을 은폐했고 범행 뒤에는 물청소까지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여성들이 신고할 수 없게 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들을 위협하기 위해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거나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속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범죄를 할수록 과감해져 낮에도 문단속이 허술한 집을 찾아 성폭행을 일삼는 등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02년 결혼을 한 차 씨는 잠시 범행이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욕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더욱 악랄하고 변태적으로 변화했다. 이렇게 10여 년 간을 모두 125명의 여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된다.
하지만 차 씨의 범죄 행각은 작년 7월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차 씨의 꼬리가 잡히게 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27건의 DNA를 확보하고 지역 기지국을 통해 통신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동종 전과자들을 탐문하면서 수사 범위를 좁혀 나갔다”고 전했다.
결국 차 씨는 훔친 휴대폰이 실마리가 돼 잡히게 됐다. 경찰은 피해 여성 휴대폰을 통해 음란 전화사용을 확인, 사건 발생지역에 다녀간 용의자를 더욱 좁히게 된다. 이후 차 씨가 사건 당일은 아니지만 전후에 사건 발생지역에 자주 출몰한 것을 확인하고 DNA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범인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 붙잡히게 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차 씨에 대한 이중생활이 수사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차 씨는 7살 난 딸을 두고 있으면서 조카까지 맡아 키우는 건실한 가장이었던 것. 부인과의 사이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자상한 아빠였다는 것이 수사진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 범죄 심리 전문가는 “대부분의 성폭행범들이 처음부터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습관적이라는 범인의 얘기는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백석대 경찰학과 김상균 교수는 “부인도 있는 평범한 가장이 긴장된 상황에서 겁탈이나 강간을 하면서 어떤 성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성적 자극을 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절도를 위해 범행을 했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목적으로 성폭행을 했는데 이것이 차츰 성적 쾌감을 얻다 보니 절도보다는 성폭행이 목적이 되어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