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의 효력을 유지해달라는 현대그룹의 가처분 소송에서 채권단의 손을 들어주면서, 판결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법원이 MOU 체결과 해지 등 일련의 절차와 관련한 하자보다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인수능력'에 판단의 무게를 뒀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에 대한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50부(재판장 최성준 부장판사)는 지난 4일 현대그룹이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그룹이 신청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매입 자금의 일부인 대출금 1조2천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 지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등이 의혹을 제기하자, 채권단에 의혹을 해소시켜 줄 자료 대신 대출확인서 3장만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그룹이 의혹을 해소할 합리적인 자료를 제출한다는 약정을 어겼기 때문에 채권단의 MOU 해지는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당초 이번 소송은 1차 심리에서 현대그룹에 유리한 쪽으로 돌아가는 듯 관측됐다. 하지만 2차 심리에서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대출금 1조2천억원이 '브릿지론'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가처분 신청 기각'이라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덩치 큰'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다가 '승자의 저주'를 겪어야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는 법원의 숨은 의도도 깔려 있었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현대그룹이 '제2의 금호그룹'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 아니겠느냐"며 "특히 현대건설의 현금 등 자산이 새로운 주인에 의해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동반 부실화' 가능성까지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을 증빙하듯 실제로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5일 오전 11시 현재 현대건설을 비롯한 현대그룹 관련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해소되고, 현대그룹은 무리한 자금 차입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한편 현대그룹 측은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항고와 본안소송까지 수개월여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며 "사실상 현대건설 매각은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