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거물급 인사들의 교체가 가시화된 가운데 조준희 기업은행장 선임,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요직 중용설 등 상당수의 공공 금융기관의 수장자리가 특정지역 출신의 인사들로 채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TK(대구-경북) 출신 등 영남권 인사들이 대거 금융권의 중요요직에 기용되거나 등용이 유력시되면서 일각에서는 TK시대가 완전 부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범 영남권 인사까지 합하면 금융권 주요요직을 영남권 인사가 거의 독식하고 있다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금융권에선 후보자의 경영능력과 전문성이 아무리 우수해도 지연과 학연이 나쁘면 중요 직책에 오르기 어렵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금융권 편중인사에 대한 비판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조준희, 권혁세 등 금융 공공기관 TK발 인사 장악?
금융권 TK계 인사로는 최근 취임한 조준희 기업은행장과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현 김종창 금융감독원장(경북 예천)에 이어 권혁세 부위원장까지 금융감독원장에 오를 경우 현정부 들어 금융감독원장 자리는 TK출신이 대를 이어 독식하게 된다.
그 뿐 아니다. TK출신 금융공기업 기관장은 이들외에도 즐비하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대구)과 이주형 수협은행장(경북 안동),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경북 예천),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경북 안동) 등이 바로 그들이다. 민간은행에서는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이 이 지역 출신이다.
이런 TK부대의 부활조짐은 지난달 29일 조준희씨가 내부행원 출신으로는 오랜만에 기업은행장에 취임하면서 본격화하기시작했다. 조 행장은 한때 기업은행장 후보로 함께 거론됐던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용환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쟁쟁한 관료출신 인사들을 뒤로하고 기업은행장에 선임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조 행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상주고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1980년에 기업은행에 입행해 30년 만에 최고의 수장자리에 등극했다.
그가 정부의 입김이 상당수준 작용하는 '특수은행장'자리에 오르기까지는 TK계 파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그가 소위 모프(옛 재무부 출신을 통칭하는 말)출신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행장에 기용되면서 이제 TK의 위세가 모프의 위세까지 넘어선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는 TK인사 부활의 첫단추 처럼 여겨지면서 적지않은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조 행장을 지켜 보는 눈이 한두사람이 아니다. 능력으로 TK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할 경우 관계는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냉대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금융감독원장 등 중요 요직 중용설이 나오고 있는 권혁세 부위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행정고시 합격(23회) 후 국세청과 재무부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들어 요직인사가 이뤄질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명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때는 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명됐다가 최근에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스테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가 이제는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부산출신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에 이어 권혁세 부위원장마저 금융감독원장에 오를 경우 영남출신이 금융감독기관 수장자리를 싹쓸이 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금감원장 후보로 거명 되고 있는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역시 영남권 인사다. 신 회장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3년 행정고시 합격(14회) 후 한국은행, 재무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를 거쳐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고위 공무원에서 떠난 후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 등 요직을 마르고 닳도록 거쳤는데도 또다시 공직을 맡게 될 경우 국민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 지 의문스럽다.
반면, 충남 보령 출신인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만이 유일하게 비 영남권 인사로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서울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했으며 행정고등고시 합격(23회) 후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과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신한 등 민간은행도 TK계 바람
지난달 30일 '깜짝' 취임한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TK계 출신이다. 서 행장은 경북영천 출생으로 계성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후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 신한은행 지점장과 개인영업본부장, 부행장을 거쳐 신한지주 부사장, 신한생명 사장을 역임했다.
서 행장의 발탁은 기업은행과 달리 민간은행 주도의 인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긴 하다.
이밖에도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경남 하동)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경남 진해) 등도 영남계 및 친정부 인사로 이명박 정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가 이제 집권 후반기에 접어 들었는데도 TK출신 인사들의 기세는 꺾일줄 모르고 있어 금융계엔 언제나 지역 탕평인사가 이뤄질지 지금 금융권 한편에선 한숨만 늘어가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금융계 인사로 인해 정권에 누가 되지는 않을 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사권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컨슈머파이낸스=임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