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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남자' 애플과 '착한여자'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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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남자' 애플과 '착한여자'KT
  • 김현준 기자 guswnsl@csnews.co.kr
  • 승인 2011.01.17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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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쁜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영화와 소설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할뿐더러 얼마 전에는 '나쁜남자'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단, 여자들이 말하는 나쁜남자에는 반드시 조건이 따라붙는다. 그것은 바로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절대로 '나쁘기만 한 남자'는 안 된다. 외모, 성격, 능력 등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여성들이 바라는 나쁜남자가 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잘 안되기에 한번 길들여보고 싶은 남자, 그러면서도 매력적이기에 함께 다니면 우쭐해지는 남자가 바로 진정한 '나쁜남자'다.

통신업계에도 나쁜남자가 존재한다. 애플이라는 회사가 그렇다.

애플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제품들의 무궁무진한 어플과 혁신적인 인터페이스 등은 그동안 수많은 '애플빠'들을 양산해왔다.

하지만 파손 및 고장 난 애플제품을 수거해 재제작한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애플 특유의 '리퍼'제도는 외국에서 받는 찬사와 달리 한국의 언론과 소비자들로부터는 많은 질타를 받았다. 삼성, LG 등의 ‘한국적 AS방식’에 익숙한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애플의 '리퍼'제도는 불편하고 불쾌하다. '애플빠'들조차도 리퍼제도에 대해서는 "좋은 제품을 쓰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단점" 정도로 인식한다.

나쁜남자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의 까칠함을 감내하면서 그만을 헌신적으로 사랑해주는 '착한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건, 아니면 그와 함께 다니는 자신을 주위에서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이건 간에 착한여자의 존재는 나쁜남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의 아이폰을 처음 들여온 KT를 착한여자로 보고 있다. KT와 애플은 아이폰으로 국내 스마트폰 신기원을 연 환상의 짝꿍이다. 지난해 KT는 아이폰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경쟁업계의 시샘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의 고압적인 태도에 쩔쩔매는 듯한 KT의 모습은 "애플의 콧대를 높이는 원흉"이라는 비웃음을 사게 됐다. 심지어 애플의 AS방침 때문에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KT는 "소비자 요구사항을 잘 듣고 애플 측에 건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쁜남자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다 받아주는 착한여자가 아닌 끊어야 할 때 끊어주는 '엄한여자'가 필요하다. SKT처럼 말이다.

애플이 2월 10일부터 미국의 버라이즌에서도 아이폰4를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통신업계의 눈은 SKT에 쏠렸다. 애플이 단일통신사 공급 원칙을 포기하면서 국내에도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진 이상 이전부터 아이폰 도입에 관심을 갖던 SKT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지난 12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아이폰 출시에 관해 질문받은 SKT 하성민 사장은 "기존 스탠스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잘라 대답했다. 애플의 AS 문제 때문에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SKT의 기존 입장임을 미뤄볼 때 아직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희망적인 부분은 '나쁜남자' 애플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착한여자(KT)의 권유 때문이 아닌 주변 친구들(여론과 정부)의 압박에 밀려서이지만 부분수리제도를 도입한 점, 배터리의 유상교환을 허용한 점 등이 애플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스로 주장하듯이 애플의 AS 및 공급제도는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합리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상대방이 그것을 불편해한다는 사실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관계',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도 분명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자신이 살아온 방식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면 ‘내가 그렇게 살아왔으니 어쩔 수 없어’, '그동안 만나던 여자들은 다 이해하던데 너만 유별나게 왜 그래?'라고 나오는 것이 아닌 가능한 고쳐보는 것이 성숙한 관계다. 물론 상대방은 나름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착한여자만 만나 왔던 매력적인 나쁜남자 애플이 엄한여자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정말로 멋진 남자가 되기를 기대해본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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