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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의 파격 경영..이메일 취임식에 해병대 훈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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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의 파격 경영..이메일 취임식에 해병대 훈련까지
  • 서성훈 기자 saram@csnews.co.kr
  • 승인 2011.01.17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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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현대중공업 계열 현대오일뱅크에 '사건'이 터졌다.


노조가 올해 임금 결정을 사측에 위임하고 무파업을 선언했기 때문. 새해들어 산업계의 첫 선언이었던데다 1988년 현대오일뱅크 노조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노조의 임금 위임과 무파업을 이끌어낸 '덕장' 권오갑 사장의 답례도 이례적이었다.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가 최근 낳은 암수 강아지 한 쌍을 노조 측에 선물로 준 것.


노조 조합원들이 이같은 결단을 내리기까지 권사장의 소통 경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0년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 이후 취임한 권 사장은 유달리 '한식구'를 강조하며 끈끈한 조직문화를 가꾸었다. 격식없는 취임식에  해병대 유격훈련까지 권사장의 소통경영이 산업계에 신선한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12일 김태경 노동조합위원장에게 최근 자신이 기르던 진돗개가 낳은 암수 강아지 한쌍을 전달했다)



◆ 격식없는 스킨십 경영


권 사장은 지난해 11월 3일, 사내 팀장급 이상의 간부들과 해병대 극기 훈련에 참가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3달만에 갖는 파격행보였다. 어려움을 나눈 동료와의 상호 신뢰및 결속력이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권 사장의 지론으로 마련된 퍼포먼스였다. 


권사장의 파격 행보는 취임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딱딱한  취임식은 과감히 생략했고  대신 직원들에게 취임소감만 이메일로 전달, 격려한 뒤 현장으로 달려갔다.


권사장의 승용차인 에쿠스가 직원 경조사용으로 본사에 ‘항시 대기’ 상태로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혼에서 장례에 이르기까지 현대오일뱅크의 임직원은 신청만하면 권 사장의 차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처음엔 직원들이 ‘진짜 사장님 차를 이용해도 되느냐’며 망설였지만 이제는 예약이 밀려 있다.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 격려 편지와 떡을 전달한 일도 유명한 일화다.


권 사장이 유달리 끈끈한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2002년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이 아부다비국영석유사(IPIC)로 넘어가면서 직원들이 외국인 CEO의 영향을 받아 ‘개인화’된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개인화’된 회사문화는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해 직원들의 자신감을 저하시키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권 사장은 직원들과 스킨십을 늘리며 한가족 같은 내부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며 “덕분에 그동안 경영진 교체와 인수합병 등으로 어수선했던 회사분위기가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회사 넘어 사회적 소통으로


권 사장의 ‘한식구'조직문화는 회사를 넘어 점차 사회적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자 권 사장과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은 바로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각각 1천만원과 3천600만원을 기부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권 사장은 “뷰하를 잃은 것 같다”며 위로를 전했고, 임직원들도 주말이나 공휴일에 하는 ‘주유소 현장 근무’를 통해 모은 성금을 아낌없이 쾌척했다.


지역사회공헌도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태풍 곤파스로 피해를 입은 충남 서산 지역 피해민을 돕기위해 쌀 1억원 상당을 서산시에 기부했다.


지난해 말에는 충남 서산의 명지중학교를 찾아 학교발전기금 500만원을 기탁했다. 권 사장은 “우리의 작은 지원이지만 학생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엔 임직원들도 발벗고 나섰다. 주유소 근무수당인 7천여 만원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 

“회사 내에서 직원들과 상생하듯, 회사 밖에선 사람들과 상생하며 어울려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국민들도 이를 헤아려주실 것”이라는 권 사장의 반듯한 경영 소신이 산업계 안팎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못할 것이 없다”


토끼띠 권 사장의 잰걸음은 토끼해를 맞아 더 분주해졌다. 7월로 예정되어 있는 고도화설비 상업가동을 앞두고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사업다각화를 위해 경영기획팀을 신설하는 등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그러나 권 사장의 앞 날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유시장의 절대 강자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양강구도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운명적인 숙제가 남아있다.


권 사장은 “고도화 설비를 완공하고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짓는 등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故 정주영 회장의 말처럼 어떤 고비도 이겨내 최고의 정유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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