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두부·콩나물 등으로 유명한 풀무원이 1조8천억원 규모의 라면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효율 풀무원식품 사장<사진>은 18일 “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소비자들이 라면 하나를 고르더라도 건강과 영양을 고려해 까다롭게 선택한다”며 “기름기 없는 쫄깃한 면발과 깔끔한 국물 맛을 자랑하는 풀무원 생라면을 냉장보관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풀무원식품이 선보인 신제품 '자연은 맛있다'라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합성착향료 등 7가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은 생라면을 컨셉트로 잡았다.
기름에 튀긴 일반 라면(유탕면)과 달리 갓 뽑은 생면을 ‘바람건조공법’으로 고온에서 단시간에 건조시켜 생면 그대로의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라면보다 열량이 100kcal가량 낮고, 국물에 뜨는 기름도 90% 이상 적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회사 측은 라면의 맛을 좌우하는 스프를 제조할 때 L-글루타민산나트륨(MSG), 합성착향료, 이산화규소, 탄산화수소나트륨, 비타민B1염산염, 제삼인산칼슘, D-소르비톨 등 7가지 화학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맵지않고 깔끔한 맛’ ‘얼큰하고 진한 맛’ 2종을 선보여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장은 “바른먹거리로 유명한 풀무원이 건강라면을 출시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획기적인 일”이라며 “웰빙 트렌드에 맞춰 ‘이제는 생라면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라면시장에 돌풍을 일으켜 내년에 국내 시장점유율 3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같은 자신감은 라면의 원조 일본에서 튀기지 않은 라면의 성장세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경우 전체 라면시장 규모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튀기지 않은 라면은 꾸준하게 성장해 1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 역시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유탕면보다 건면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러나 풀무원식품이 2년내 라면 시장점유율 3위를 달성하기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라면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농심에 이어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라는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 농심은 '신라면' '안성탕면'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무려 70%에 가깝다.
라면의 원조 삼양식품의 경우 약 13%, 오뚜기 1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국내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수출에 주력해 러시아 지역 라면류 시장점유율이 약 60%를 기록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상대다.
더욱이 '건강라면'을 표방한 제품이 기존에도 꾸준하게 선보여왔지만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데는 대부분 실패했다.
2005년 풀무원식품은 냉장유통 제품인 '생라면'을 출시했으나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익숙지 않은 냉장면 컨셉으로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삼양식품, 오뚜기 등도 자사제품에서 MSG를 빼고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있으나 건강라면으로 불릴만한 제품은 전무하다.
농심의 경우 2006년 건강과 체중감량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녹두국수 봄비'를 출시했다. 이어 2007년에는 부산에 위치한 녹산공장을 가동해 튀기지 않은 라면을 본격적으로 생산했다.
첫 선을 보인 제품은 용기면인 '건면시대'. 면을 튀기는 대신 자연에 가까운 열풍으로 건조시킨 라면을 본격 선보였으나 시장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단종됐다.
2008년 출시된 '아낌없이 담은 라면(이하 아담면)'은 손욱 농심 전 회장이 성장기 어린이를 위해 야심차게 선보인 제품이었으나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아담면'의 가격은 개당 1천100원이었는데 결국 지난해 말 생산이 중단됐다. 그나마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특별주문으로 제작된 '미인국수275'정도가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웰빙라면으로 100억원 이상 팔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건강지향 컨셉의 웰빙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나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며 "풀무원이 7가지 식품첨가물을 제외한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하나 건강라면으로 불릴만한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연은 맛있다'는 개당 1천200원에 출시됐다. 7가지 합성첨가물을 넣지는 않았지만 나트륨 함량은 1봉지당 일일권장섭취량의 93~97%에 달한다. 다만 풀무원식품은 자체조사 결과 면발만 건져먹을 경우 나트륨 섭취량이 33%로 줄어든다고 표시했다. 게다가 제품포장지에 7가지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표시한 것과 달리 면제조에는 글루텐, 탄산수소나트륨, 아라비아검 등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