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재계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경제 현안과 향후 성장전략을 논의하기로 한 가운데 이 모임에서 나올 의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날 일정이 같은 달 26일로 예정돼 있는 중소기업 관련 간담회에 앞서 열린다는 점도 이날 회동에 대한 비중이 적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이번 청와대 회동의 참석대상자는 주요 경제단체장과 국내 재계 순위 30위권 안팎의 민간 재벌그룹 총수들이다.
대기업소집 직후 중기간담회…李대통령이 꺼내 든 카드는 무엇? 촉각
이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해외진출 확대를 우선 언급하고 물가안정 논의 등을 당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대신, 파트타임제, 임금피크제, 근로시간자율제 등을 도입하고 노동시장 유연성과 노동생산성을 동시에 높이자는 안건을 꺼낼 것이라는 설명도 추가로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친기업 정서를 가진 이들이 일단 희망사항을 일부 섞어 내놓는 것이라는 반대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으로 줄곧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한 바 있으나 이러한 이 대통령의 정서는 집권 후반기로 오면서 점차 변화를 겪어 왔다.
일단 관료에 대한 신뢰와 의존도가 높아졌고, 친기업적 정책들만 주로 펴던 것에서 물가 안정 등 다각도의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기 소르망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친기업적이고 효율을 중시한다고 했는데 공무원 증원 등을 보고 놀랐다”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일명 ‘공정 사회’를 집권 후반기 키워드로 들고 나온 바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위에서 언급된 여러 문제들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가장 높은 가치로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9월 재계 인사들과 이 대통령이 가진 회동에서도 공정사회 구현 명분의 동반성장을 강하게 질책했기 때문에 이제는 이쪽에 더더욱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 때리기로 간다? 대-중-소 상생 집중타 가능성 솔솔
더욱이 최근 검찰이나 국세청 등 사정기관들을 통한 재계 압박이 강도를 더해 온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날 회동을 계기로 MB정부의 레임덕을 막기 위한 총공세에 대기업들도 동참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대기업들이 곧바로 수용하기 다소 어려운 주제가 회의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히 오는 26일에는 청와대가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회동을 갖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에 유리하지만은 않은 회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투자 창출이나 일자리 창출이라면 이미 재계에서도 할 만큼 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그간 재계는 MB정부 요구를 거의 들어주다시피 했다. LG그룹이 이미 연초에 예년보다 확실한 규모의 고용 창출을 선언하고 나섰고, 삼성그룹도 삼성전자를 앞세워 높은 이익 창출 등으로 국가에 기여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를 도와 저소득층 지원 금융사업인 미소금융에도 어느 정도 협조해 왔다.
그러므로 청와대는 대기업에 이들 문제를 제외한 논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단가조정 협의 신청, 납품단가연동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도입, 동반성장 지수 발표 등 이전 조치보다 더 강한 카드가 나올 차례로 보인다.
하청관행 문제 도마에? ‘하청 근로자 고용의 질’ 언급하면 부담 급상승
만약 현재 대기업들에게 가장 아픈 구석인 ‘상생’ 문제를 청와대가 정면 언급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국은 이미 대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과의 상생 수준을 측정하는 ‘동반성장 지수’가 오는 11월경 선보인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 지수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기업별 상생 수준을 보여줄 예정이므로 이날 회동은 이 상생 지수를 실제로 확실히 높이기 위한 압박의 무대가 될 수 있다.
납품가 문제 등 상생 문제에 대한 해결도 중요하지만, 대-중-소 상생 해결인 동시에 ‘공정 사회’로의 전진이라는 주제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다. 하청이나 비정규 고용 근로자 등 근로조건 문제를 건드리면 청와대로서는 가장 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
실제로 연이은 사내하청 점거파업과 하청 근로자 분신시도 등의 사건으로 ‘대기업 사내하청 규모’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높아지고 있는 국면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08년 실시한 300인 이상 대기업 사내하청 조사 등을 참고하면, 대기업의 원·하청 전체 노동자 168만6천명 가운데 21.9%(36만8천600명)가 사내하청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용의 질 문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하청의 질 개선 문제와 밀접하다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사내하청을 많이 두고 있는 업체는 현대중공업(1만9천800명), 삼성중공업(1만5천320명), 대우조선해양(1만4천명), 삼성물산(9천201명), 포스코 포항(8천933명) 등의 순이다. 삼성그룹 등 재계 10위권 그룹사들부터 사내하청에 대한 문제를 논의해 나간다면 하청근로자와 관련한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결되는 셈인 것.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난 것도 의미가 있다.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실사용주는 현대중공업 회사라는 대법원 판결이 난 바 있다. 같은 해 7월 현대자동차에 대해서도 2년 이상 근무한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다.
현대차그룹의 경우에는 ‘국격’이라는 문제까지 같이 얽혀 있다. 현대차의 실질적 고용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하청업체로 동희오토란 곳이 과거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이 동희오토 서산공장에는 700명의 한국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150명의 외국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상 직접 고용이나 다름없는 하청업체의 고용 질을 대기업이 높인다면, 이 동희오토의 경우에는 비단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함께 노동 조건 개선을 챙겨 ‘한국의 선진 노동 문화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 내는 무대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러 전망과 억측이 나돌고 있는 24일 청와대의 대기업 총수 초청 회동은 실제로 대기업에 프렌들리한 논의가 오가는 자리가 될지, 대기업에 부담을 강하게 줘서라도 상생과 공정 사회를 밀고 나갈 출발선이 될지 세간의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행여 실제로 하청이나 비정규직 등의 ‘노동의 질 문제’가 중심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을 주문받는다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밑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이번 청와대 회동에 기업총수 뿐만 아니라 재계 주요단체장들까지 모두 부르는 것은 청와대의 강력한 의사를 전달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할 연결고리로 분석되고 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