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건설업계는 극심한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716억 달러라는 사상최대의 해외수주 실적을 올리며 경영난 극복에 필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올해에도 800억 달러의 해외수주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해외 건설시장이 계속해서 '가뭄속의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수주의 대부분이 중동 및 아시아지역에 편중돼 있고 이 지역에서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까지 벌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앞으로 우리 건설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다. 해외수주가 건설업계를 먹여 살릴 전부는 아닌 것이다. 해외건설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업계가 불황타개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국내 주요 건설업체가 어떤 청사진을 갖고 미래를 열어가는 지를 집중 조명한다.
'현대차' 새주인 맞아 글로벌 종합건설사 변모 가시화
2011년은 건설업계의 '맏형'격인 현대건설(사장 김중겸)에 거는 기대감이 유독 남다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의 새주인으로 국내 재계순위 2위의 현대자동차그룹이 최종 낙점되면서 이에 따른 막대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여 년간 축적돼 온 현대건설의 기술력과 영업력에 현대차그룹의 막강한 자금력과 글로벌 인지도가 합쳐진다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김중겸 사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주요시장을 선점하고, 실적을 쌓기 위해서라면 처음 몇 곳은 손해를 보더라도 낙찰 받는 것에 주력해야한다"고 밝혔듯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배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지난해 1월 김 사장이 발표한 '비전 2015'와 같은 해 10월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현대건설 청사진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현대건설의 과감한 도약이 점쳐지고 있다.
김 사장은 '비전 2015'를 통해 2015년까지 매출 23조원, 수주 54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20'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현대건설인수 후 10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매출 55조원, 수주 120조원 규모의 세계적인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사장이 내놓은 비전이 2015년이고, 현대차가 제시한 목표시점이 2020년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 발전 규모에 대한 양측의 구상은 괘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조원' 실탄 확보로 역량강화 토대 마련
김중겸 사장은 이러한 장기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실행력 강화 ▲조직 스피드 및 유연성 제고 ▲조직간 시너지 강화 및 SOFT 핵심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의 이 같은 계획은 현대건설의 올해 경영목표와 실천목표에도 잘 드러나 있다. 지난 한해 해외에서 11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하며 '국내 건설업계 사상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현대건설은 올해도 이러한 성과를 유지시키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지속성장 기본 구축'을 경영목표로 삼았다.
이와 함께 경영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경영목표와 연계한 지속경영의 추진 및 관리를 위해 ▲가치창조 경영 ▲글로벌 미래경영 ▲지속가능경영이라는 3대 실천목표도 정했다.
김 사장은 우선 수립된 전략들의 실행을 통한 성과의 가시화에 노력을 기울여 미래역량 강화에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또 글로벌종합건설사로 성장하기 위해 ▲기술 ▲디자인 마케팅 ▲품질 ▲상품 ▲서비스 등 핵심역량과 기능을 확충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시장다변화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최적화 전략도 추진중에 있으며, 이를 위해 이미 지난해 플랜트·원자력·전력과 토목·건축·주택 부문의 사업이 50%씩 차지하도록 구성을 완료했다.
특히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한 해외시장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인데, 지난해 50%였던 해외매출 비중을 올해는 60%로 늘릴 계획이다.
김중겸 사장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해외출장 길에 자주 오르는 것도 이 같은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과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실제로 김 사장은 지난 한해만 24회의 해외출장을 통해 26만km, 지구를 6바퀴 반을 돌았다. 해외수주 110억 달러 돌파의 초석을 '해외 현장경영'을 통해 닦은 셈이다.
김 사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서도 해외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김 사장은 "글로벌 사업수행 역량을 강화, 도전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한다"며 "지난해 해외수주 110억 달러를 달성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직원교육 강화…글로벌 인재 배출에 '심혈'
외형적인 성장 외에 현대건설의 올해 계획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직원교육' 강화다. 현대건설은 올해 교육 투자비용에 100억원을 투자. 직원 1인당 교육시간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 시킬 계획이다.
기술적인 지식만으로는 능동적인 시장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 다양한 재능을 가진 글로벌 인재가 배출될 수 있도록 해외유학과 연수를 극대화하는 등 이에 따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
이 같은 인재중심의 경영철학이 구현된 데에는 평소 '회사의 전부는 사람'이라고 강조해 온 김중겸 사장의 인재경영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한몫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김 사장은 지난해 업계 최고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서산연수원, 용인 기술연구소, 서울 현대건설인재개발원 등 3곳의 교육시설을 재편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올해 서울·인천·부산 지역에서 1만600여 세대의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물량 중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지만 일반분양도 7천여세대에 달해 공격적인 사업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건설종가 현대건설이 재계순위 2위의 현대차그룹을 든든한 주인으로 맞게 됨에 따라 앞으로 현대건설의 공격경영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