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정부가 카드업계의 봉인가" "카드 업계는 과거 당국이 베푼 은혜 잊었나" "카드업계, 자신들은 방만경영 및 과당 경쟁하면서 정부더러 수수료 인하 부담해 달라고?"
최근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문제를 둘러싸고 카드업계, 특히 여신금융협회(회장 이두형)가 정부측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분에 대한 손실 부담을 요구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과거 일부 카드사가 경영난을 겪을 때 국민과 당국의 도움을 받아 회생한 전력이 있는 카드업계가 이같은 주장을 펴는 것은 한마디로 '은혜를 잊은 행동'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과거 금융당국 출신으로 부실카드사가 과거 어떤 지원을 받아 회생했는지를 잘 아는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이 이같은 정부 부담요구를 공론화 해 주변을 의아케 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긴 공직생활을 마치고도 한국증권금융사장과 증권금융 고문을 거쳐 여신금융협회장까지 계속 맡는 등 모피아(옛 재무부출신을 지칭하는 말)출신들이 누리는 '연이은 민간 요직 기용 혜택?'까지 받고 있는 인물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런 이 회장이 이제와서 정부측을 향해 들어주기 힘든 부담을 요구해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같은 카드업계의 주장은 최근 서민생활 안정과 물가안정에 최대 역점을 두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도 코드가 맞지 않은 것이어서 향후 정부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 명박 정부의 서민생활안정 의지는 '각 계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각 계가 서민생활 안정에 노력하는 대신 정부에 손실 분담을 요구하는 형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최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를 1%대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카드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카드업계와 이두형 여신금융협회 회장(사진)은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이런저런 요구조건을 들고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 '시끌'
특히 이 회장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 부담을 정부에서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 사용 활성화로 세원이 투명화되면서 정부가 조세 수입의 확대라는 수혜를 본 만큼 수수료 인하 부담을 정부에서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가맹점 신용카드 매출액에 대한 부가가치세액의 공제율을 높이고 공제 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카드대란 당시 LG카드를 비롯한 일부 카드사들이 당국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는데도 이제와서 카드업계가 지난날의 '은혜?'를 잊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해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카드사의 방만한 마케팅과 과당 경쟁양상이 다시전개 되는 등 카드대란의 전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업계는 권역별 이기주의를 앞세우기보다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가 과당 경쟁 등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수수료 인하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카드업계의 수장들은 사안이 더 시급한 카드대란 방지대책 마련에 더 열중할 때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부담을 카드사에 떠넘기는 것은 오히려 금융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정치권 및 금융당국과 카드사 간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카드대란 수습해 준 전례, 카드사는 "나몰라라?"
이런 가운데 지난날 카드사들의 방만한 경영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3년 무분별한 카드발급 및 이용 고객 급증, 현금대출 위주의 확대 경영,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 등의 영향으로 우리사회는 카드대란에 휩싸였다.
당시 LG카드 사태로 여신업계가 어려운 상태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위탁경영을 맡아 카드사 정상화에 힘을 실었다.이에 LG카드는 산업은행의 주관 아래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가 2007년 신한카드로 흡수합병 됐다.
외환카드 역시 비슷한 폭풍에 휘말렸다. 과거 외환카드는 대출금과 카드사용액의 연체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자본금을 늘려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외환카드의 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올림푸스캐피탈은 증자를 포기했고 결국 외환은행은 외환카드를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금융권에서는 급기야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간 데는 외환카드 부실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당시 카드사가 금융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켰고, 당국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카드 수수료 인하 부담이 결국 회원들에게 돌아간다는 말로 정부에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부에 일정부분 수수료를 부담하라는 건 어차피 국민의 세금을 활용하라는 것 아니냐"며 "많은 금융사의 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서민들의 피해를 내세우며 정부의 도움을 받지만 어려움에서 벗어나면 이익만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수익성 악화는 '방만경영, 과당경쟁 때문?'
이런 가운데 이두형 회장은 수수료 인하폭 조절을 통해 카드사의 수익성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 카드사들의 영업이익은 2조원에 달했다. 이는 가맹점 수수료율과 현금서비스, 카드론 금리가 하락했지만 이용실적과 잔액이 크게 늘어난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5개 전업카드사의 회원 모집과 영업비용은 전년대비 5.7% 늘어났는데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연회비, 현금서비스 수수료, 가맹점 수수료 등을 통해 수혜를 본다"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회원유치를 위해서는 방만한 경영과 과당경쟁을 하고 있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언급했다.
역으로 말하면 카드사들이 내실 위주의 경영을 하고 수수료율을 내리면 되지 않느냐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신용카드 이용실적 및 카드수 증가 등 카드 대란의 전조가 보이면서 가맹점 수수료에 반응하기보다 리스크 관리 등 자구책 마련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은 최근 신용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을 막기위해 마케팅 비용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카드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게 되면 카드사들이 현금 대출 등에 몰리게 되고 카드대란을 야기할 수 있어 수수료율을 낮추기 어렵다고 거듭 주장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편,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물가 안정 등을 위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를 빠른 시일내에 처리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이두형 회장을 비롯한 여신금융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당국과 맞설지 주목된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