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매는데 주인이 아흔아홉 몫을 한다”는 말이 있다. 오너 혹은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주인’의 와병 소식으로 출렁이고 있다. 병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애플의 순익이 77%나 올랐다는 소식에도 불구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시간이 지나도 원상회복될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글로벌 애플의 직원이 2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주인인 스티브 잡스 한사람의 공백을 대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것이 소위 CEO리스크다.
CEO리스크는 비단 CEO의 건강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CEO의 도덕적 법적 문제, 사회적 물의도 기업의 가치가 현저하게 훼손시킨다.
태광그룹도 최근 CEO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 21일 이호진 회장이 구속된 이후 태광그룹 산하 상장사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주력사인 태광산업은 1주일째 내리막을 내달리고 있고 훙국화재 대한화섬 한빛방송 큐릭스등도 주가가 부진하다. 주가의 문제뿐 아니다. 도덕적 치명상으로 기업이미지가 땅에 떨어질 경우 미래마저 보장받기 어렵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물론 정부 감독기관 언론 시민단체등이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비호감으로 바뀌어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모범은행으로 꼽혔던 신한금융도 지난해 경영진 내분으로 CEO 리스크를 겪었다. 경영진간 파워게임으로 폭로가 연일 터지며 소송으로 번지자 주가가 한없이 추락했다.
회사에 미래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호조세에 힘입어 주가는 반등했지만 추락한 신뢰는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2005년 폐암 수술소식이 알려지자 주식시장이 들썩였다. 50만 원대였던 주가는 40만 원대로 떨어졌다. 누가 바통을 이어받을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고, 과연 이 회장을 대신할 만한 이가 있는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번 애플의 스티브 잡스 병가 소식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CEO의 와병 소식을 회사 중대 대외비로 하고 있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9년 4월 서울 서울성모병원 심혈관센터에서 조직 일부 제거 시술을 받았으나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1998년 SK그룹 최종현 회장, 20001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도 와병소식이 거의 전해지지 않다가 타계해 급작스런 별세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CEO의 건강 상태는 그리 썩 좋지 않다. 격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몸속의 에너지를 모두 업무에 쏟아 붓고 수면 시간을 적게 하거나 과도한 대외활동으로 식생활이 무절제해질 수있는 등 CEO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한 대기업의 임원급 정기검진 결과, CEO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질환으로 스트레스, 만성피로증후군, 순환기계질환, 암, 사고 등 5가지가 꼽혔다.
CEO의 건강은 기업의 귀중한 자산이다. 주가 등 기업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중대 요인이다.
CEO 처세 또한 건강못지 않은 중대한 기업 가치다. 법이나 사회적 규범을 벗어난 일탈 행동은 기업을 순식간에 망가뜨리는 첩경이다.
CEO, 영광스럽지만 가장 고단한 자리다. 누구나 할 수없기에 그 가치를 소중하게 지켜가야할 의무와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