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포스트 정몽구' 행보가 순풍을 타고 있다.
작년 산업계 최고의 이슈였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최근 현대차가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림으로써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자 가도에 파란불이 활짝 켜진 것.
정 부회장은 디자인 경영으로 기아차의 위상을 높인 점을 인정받아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 위기?…경영능력 의심 말라
작년 현대차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정작 내수 점유율은 떨어져 올 초 정 부회장의 속은 타들어갔다.
지난 15일 정 부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2011년 상반기 판매촉진대회'에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현대차의 내수 시장점유율이 10여년 만에 최저치 였다"며 "우리는 1위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었다"고 질타했다.
수익성이 보장된 내수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글로벌 선도업체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 부회장의 판단이다.
작년 호황을 누린 자동차 업계는 모두 판매가 늘었지만 현대차만 유일하게 6% 감소했다. 최대 실적은 글로벌 판매에 따른 성과다.
자신이 심은 디자인 DNA의 산물 K시리즈가 돌풍을 일으킨 것도 현대차 내수 부진에 한몫했다.
'형님' 현대차는 작년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승용 판매부문에서 '동생' 기아차에 1위를 내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정 부회장은 즉각 글로벌 영업본부를 국내영업본부와 해외영업본부로 나눴다. 또 판매 지원 강화를 위해 국내 마케팅실과 상품팀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서울 계동 국내영업본부로 옮기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8월 승용차 부문 1위를 재탈환했다.
정 부회장의 발 빠른 대처 덕분이었다.
과거 그의 손을 거친 기아차는 만성 적자에서 벗어났고 2009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작년에는 처음으로 당기 순이익이 2조원을 넘어섰다. 주가도 2008년 대비 5배가량 뛰었다.
그리고 이어 현대차를 맡은 지 1년 반. 현대차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정 부회장의 '실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영업이익 3조2266억, 사상최대 실적
작년 현대차의 내수 판매는 부진했지만 수출이 늘고 해외 공장의 생산 판매가 증가해 최대 실적을 냈다.
국내 법인 기준 작년 매출은 내수 15조5992억원, 수출 21조1702억원 등 총 36조7694억원이며 영업이익은 3조2266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2009년에 비해 15.4%, 영업이익은 44.4% 증가했다. 경상이익은 6조379억 원, 당기순이익은 5조2670억 원으로 집계돼 2009년에 비해 각각 66.8%, 77.8% 늘어났다.
경상이익과 순이익의 큰 폭 증가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해외 공장 및 자회사 실적 개선에 따른 지분법 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선진시장 외에 중동, 중남미 지역 등 신흥시장에서 현대차의 인기가 높아져 수출이 대폭 증가했다.
올해는 글로벌 판매량을 국내 공장 183만대, 해외 공장 207만대 등 총 390만 대로 잡았다. 작년 대비 국내 공장은 약 10만 대, 해외 공장은 15만 대 늘어난 수준이다.
최대 실적으로 후계자 입지를 확고히 닦은 정 부회장의 남은 과제는 이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 혹은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서 지분을 확보하는 일 뿐이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