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점검 왔다는데 다짜고짜 진짜 직원 맞느냐고 따질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가스회사 소속 직원인양 신분을 속여 소비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사기행위가 꾸준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안전과 직결되는 '가스 점검'을 내세워 점검을 하는 척 하다 가스레인지 환풍기 필터 등 관련 용품을 비싼 금액에 판매하거나 허위수리비를 청구하는 등의 사기행위에 소비자들만 꼼짝 없이 피해를 입고 있다.
◆가스 점검 와놓고 웬 환풍기 필터 교체?
7일 경기도 평택시 지산동에 사는 김 모(여.32세)씨에 따르면 그는 며칠 전 오후 1시께 가스회사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가스안전점검을 받게 됐다.
유니폼도 입고 있지 않았던 그 직원은 곧바로 부엌에 있는 가스레인지 위의 환풍기를 들여다봤고, 김 씨에게 “환풍기를 오래 사용해서 먼지가 많이 꼈으니 지금 바로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성능 상향을 위해 자주 청소해 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직원의 말에 수긍한 김 씨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자리에서 필터 3개와 필터 케이스, 세정액 한 박스를 14만원에 구입했다.
궁금한 점 있으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까지 남기고 간 직원을 보내고 돌아선 김 씨는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가스 점검 나왔다는 직원이 가스가 새는 지 확인하기는커녕 환풍기만 들여다보고 갔던 것. 혹시나 싶어 확인해보니 구매한 물건은 2만원도 넘지 않았다.
뒤늦게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씨가 환불요청을 위해 직원이 알려준 번호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불통이었다.
◆ 수리비가 의심스럽다면? 가스요금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해야
이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은 김 씨만이 아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제보되고 있지만 마땅히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가스안전기준에 따르면 가스회사가 1년에 2번 이상 각 가정의 가스 안전점검을 하도록 돼 있지만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 정식 직원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더욱이 정식 직원을 사칭한 이들이 유니폼이나 명찰까지 갖추는 등 치밀한 경우도 있어 결국 소비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도시가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사업체에서 점검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행위’로 간주되므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정식 업체와 비슷한 전화번호까지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이 착각하기 쉬울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 정식 직원이 가정을 방문해 물건을 팔거나 수리를 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수리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다시 전문 기술자를 부를 것”이라며 “직원에게 수리비를 직접 납부하는 게 의심스럽다면 가스요금과 함께 청구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