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실적부진으로 헤매고 있는 삼립식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같은 양산빵업체인 샤니에 합병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해법이지만 부친의 유지가 훼손될까 고민하고 있다.
SPC그룹은 특이하게 양산빵을 생산업체를 2개나 갖고 있다. 삼립식품과 샤니다. 품목과 시장등이 그대로 겹치는 중복 계열사다. 이때문에 그동안에도 양사의 합병설이 심심찮게 터져나왔지만 최종 의사결정자인 허회장의 입장은 유보적이었다.
그러나 삼립식품의 실적이 갈수록 쪼그라드는데다 밀가루 등 원재료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가 중복사업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허 회장은 오는 2015년 매출액 6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가장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가 삼립식품이라고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샤니는 1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어 샤니가 삼립식품을 흡수합병할 것인지 허 회장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삼립식품 5년간 제자리 걸음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립식품은 최근 5년간 외적인 성장(매출)은 지속되고 있으나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삼립식품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20억원이나 쪼그라든 수준. 작년 한 해 동안의 영업이익도 2009년(90억원)보다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기순이익 역시 5년 전 92억원에서 작년에는 60억원대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삼립식품의 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양산빵 시장의 정체와 마땅히 신성장동력 사업을 찾지 못한 것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지난 2003년 5월 사누끼마루이찌사와 기술을 제휴해 우동전문점 사업을 개시했으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장 철수가 줄을 이었다.
2006년 전통 고급 떡 브랜드 '빚은'으로 프랜차이즈사업에 뛰어들었고, 최근 정부의 쌀소비 장려정책에 힘입어 한식세계화에 앞장설 것을 선언했으나 아직까지 재미를 볼 정도는 아니다.
◆ 삼립식품 vs 샤니 "겉으론 웃고 있지만"
삼립식품의 실적이 저조해지자 SPC그룹 안팎으로 샤니와 합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실적을 기준으로, 샤니는 국내 식품업체 상위 10개사 가운데 약 124%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샤니의 2009년 매출액은 5천588억원으로 식품업계 순위 10위정도에 불과하나 성장률은 123.9%로 가장 높다. 샤니의 최근 5년(2005~2009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29%로 이는 식품업계 평균치(8.1%) 보다 3.6배 높다.
이 사실을 허영인 회장이 모르는 바는 아니다. 오래 전부터 삼립식빵과 샤니의 합병설이 나오고 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는데는 이유가 있다.
SPC그룹의 모기업인 삼립식품은 부친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의 피땀이 배인 회사다. 허 명예회장은 둘째아들인 허 회장 대신 장남인 허영선씨에게 삼립식품 경영권을 넘겨줬다. 하지만 삼립식품은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당시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사업에 성공해 규모가 10분의1밖에 안됐던 태인샤니를 크게 성장시키고 형이 운영하던 삼립식품까지 인수했다. 2년 뒤 허 회장은 삼립식품과 샤니 등을 SPC그룹으로 묶어 양산빵 업체 2개사가 공존하도록 했다.
고 허창성 명예회장은 병상에서도 허 회장에게 '옛날 그대로의 크림빵을 만들어달라"는 유지를 남겼을 정도로 삼립식품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허 회장은 지난 2004년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리뉴얼한 '크림빵'으로 소비자들의 향수를 불러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 그룹내 중복사업 '합병설' 솔솔
일각에서는 SPC그룹 내 삼립식품과 샤니의 마케팅 등 일부부서가 오는 2월 중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파가 갈려 내홍이 심해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합병설이 등장한 것.
통합이 거론되는 부서는 업무가 중첩되는 마케팅팀, 기획팀 등으로 알려졌다. 절묘하게도 서남석 삼립식품 사장과 최석원 파리크라상 사장은 오는 3월28일까지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조상호 샤니 대표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따라서 올 3월까지 양사의 업무 통합이 부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현재 양사의 업무조정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선의의 경쟁관계일뿐 내홍이 있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