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침몰, 그리고 다시 재기에 성공해 한국의 스티브 잡스로 통하고 있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이 '스마트폰사업 올인'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박 부회장은 올해 국내 출시 휴대전화를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전문기업으로 환골탈태키로 결단을 내린 것.
이에 따라 팬택은 올해 국내 출시 생산 기종의 90% 이상인 10종 정도를 스마트폰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만 생산하는 기업은 미국 애플과 대만 HTC 등 일부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사용자 급증 예상 따라 '올인'
박 부회장이 팬택을 스마트폰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600여만명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데다 내년에는 2천만명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스마트폰 대중화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시리우스를 시발점으로 이자르와 베가, 미라크 등 스마트폰들을 내놓았는데 이들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이런 결단의 바탕이 됐다.
박 부회장은 스마트폰 '올인' 전략을 통해 올해 국내외 시장에서 기존 휴대전화를 포함, 총 1천80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특히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 시장에서 10종 이상의 스마트폰을 출시, 25% 이상의 점유율로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빅2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팬택은 이달 중 1.2Ghz CPU에 고속통신망 HSPA+ 및 HD급 영상통화 기능 등을 갖춘 베가 후속 모델을 내놓을 방침이며 상반기 중엔 듀얼코어 CPU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NFC(근거리 무선통신)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10종 이상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으로 1분기 내에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또 중남미와 중국, 유럽 시장도 공략할 방침이다.
◆"4세대 이동통신 시장 주도권 잡겠다"
박 부회장은 스마트폰에 올인하기로 함에 따라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단말기 사업도 강화한다.
LTE란 3세대 이동통신기술인 WCDMA를 발전시킨 이동통신기술로 데이터 전송 속도가 정지 상태에서 1Gbps, 60㎞ 이상으로 이동할 때 100Mbps로 가정용 초고속인터넷과 맞먹는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무게중심이 급격히 이동하면서 빠른 데이터전송기술인 LTE시장을 박 부회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공급한 LTE 데이터카드 '팬택 UML290'등을 포함해 올해 LTE 데이터카드를 100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팬택 UML290은 LTE와 함께 CDMA, GSM 등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모두 지원하는 USB 방식 글로벌 데이터카드다. 이 제품은 180도 회전이 가능한 스위블(Swivel) 디자인이 적용돼 안테나 위치를 최적화시킴으로써 데이터 전송속도가 극대화됐다.
팬택은 현재 버라이즌에 LTE 제조사 중 최대규모의 LTE 데이터카드를 공급한 상태며 유럽 등 LTE 서비스를 개시했거나 준비 중인 지역의 이통사들이 제품공급을 추진하고 있어 박 부회장의 LTE 글로벌 시장 진출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LTE 데이터카드 외에도 LTE 스마트폰 등 다양한 LTE 제품 출시를 독려함으로써 올 하반기에 LTE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LTE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영욕의 세월 보낸 박 부회장 '화려한 컴백'
사실 국내에서 박 부회장만큼 영욕의 세월을 보낸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구멍가게로 시작해 매출 3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후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한 뒤 다시 스마트폰 전문기업의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박 부회장의 스토리는 살아 있는 신화요 각본 없는 드라마다.
지난 1987년 맥슨전자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29세인 1991년 4천만원으로 팬택의 전신을 세웠다. 이후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차례로 인수하며 한때 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로라, LG전자 등과 경쟁하는 등 휴대전화 세계 7위 업체로 올라서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2006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신청 당시 '필생즉사 필사즉생(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을 각오로 임하면 살게 된다)'의 심정으로 모든 걸 내놓고 백의종군했다.
평가액이 4000억원에 가까웠던 자신의 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채권단을 설득해 2007년 4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
"잠시 졸면 그걸로 끝"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이란 인고의 기간 중에도 총 7000억원을 기술개발비로 투자하는 등 미래성장 동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결국 이같은 투자가 오늘날 부활의 원천이 된 것.
채권단도 이런 박 부회장을 신뢰했다. 지난해 3월 팬택은 박 부회장에게 스톡옵션 1억6400만주를 부여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회사 CEO에게 스톡옵션이 부여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는데 박 부회장은 이같은 일을 일구어낸 것.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 돌입 후 14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기록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했다.
이같은 경험 탓으로 지난해 초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가 박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는 팬택의 기업개선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박 부회장의 노하우를 높이 산 것.
지난해 매출 2조1000억원을 이끌어낸 박 부회장은 올해도 2조7000억원 가량 매출을 달성, 삼성전자와 함께 양강구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실패를 맛본 후 다시 창조적 CEO로 재기한 스티브 잡스와 박병엽 부회장. 지금까지 이 두 사람에게 새옹지마의 길을 걷다가 스마트폰시장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면 이제부턴 글로벌시장에서 진정한 승부사의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여서 분자의 크기를 결정해야 할 야릇한 운명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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