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롯데'가 닻을 올렸다.(사진)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그가 회장직에 오르며 롯데그룹도 2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롯데에 입사한 후 1997년 부회장이 된지 14년만의 승진이며, 2004년 롯데그룹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장을 맡은 지 7년 만에 오너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재계관계자는 14일 "신 회장이 본부장에 오른 후 공격적인 경영으로 회사 덩치를 3배로 키워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신 회장이 2009년 3월 발표한 '2018년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기업에 오른다'는 '2018롯데비전'은 '신동빈의 롯데'가 출발하는데 초석이 됐다.
이는 롯데그룹 임직원들을 자극해 보수적이었던 롯데 기업문화를 공격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며, 2010년 총 매출 61조원을 달성, 2009년보다 30%가량 급성장시켰다.
하지만 신 회장도 경영 초기 성적은 부진했다. 신 회장이 이끌었던 홈쇼핑, 편의점, 닷컴, 슈퍼 등의 실적이 신통치 않았던 것.
신 회장이 주목받은 건 정책본부장을 맡은 후 롯데쇼핑의 성공적인 상장, 20여 차례에 이르는 인수합병을 체결하며 글로벌 경영감각을 선보이면서부터다.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과 후계자 경쟁 종식
신 회장의 이번 승진으로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과의 후계자 경쟁도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은 호텔롯데가 맡고있다. 호텔롯데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롯데쇼핑 9.58%, 롯데제과 15.3%, 롯데삼강 9.8%, 호남석유화학 13.64%, 롯데알미늄 13.0%, 롯데건설 40.6%, 롯데캐피탈 26.6%, 롯데물산 31.1% 으로 그룹 전체를 아우른다.
따라서 호텔롯데 지분을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룹전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바로 신동주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롯데홀딩스로 전체지분의 19.2%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신격호 회장은 일본 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맡도록 '교통정리'를 해왔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신동빈 체제를 공식화했고,신동주 부회장은 한국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지만 신 회장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롯데 경영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는 점등을 감안할 때 신 회장 쪽으로 무게가 실려 형제간 경영권 경쟁도 종식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덩치도 한국롯데가 일본롯데보다 10배 정도 크다.
재계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신동주 회장의 일본롯데 지배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동빈 회장이 승진한 만큼 2세 경영 후계구도가 완전히 정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딸들의 후계구도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그룹을 대표해 삼성 이부진 사장과 '인천공항 루이비통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그룹 내에서 면세점사업, 호텔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세번째 부인인 서미경씨의 딸인 신유미 고문은 작년 호텔롯데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아직까지 신영자 사장과 신유미 고문 간 구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9세 신격호 총괄회장 '한일 셔틀경영' 계속
올해로 89세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직급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경영일선에서 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 승진 건의를 수락하며 자신을 위해 '명예회장직'을 신설하자는 일부 논의에 대해 "명예회장이 어디있나"며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책본부는 '총괄회장'이라는 직책을 만들어 회장과 구분하기로 했으며, 신 총괄회장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은 일본에 머물며 경영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첫 시험대는 '대한통운 인수․맥주사업 진출'
신 회장의 그룹 오너로서 능력을 검증받을 첫 시험대는 대한통운 인수전이다. 신 회장은 자진의 목표인 '글로벌 롯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해외물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대한통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국내 롯데계열사는 물론 현재 롯데백화점이 진출해 있거나 진출할 예정인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4개국에 오갈 물류를 담당할 수 있고, 현재 롯데의 물류 대부분을 맡고 있는 롯데로지스틱스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신사업으로는 맥주부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롯데' 브랜드의 맥주를 만들어 팔겠다는 목표를 세운 신 회장은 최근 "맥주 사업은 그룹의 숙원 사업"이라며 "맥주 사업에 반드시 진출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심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