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가 생산한 세탁기(DWD-B110RC)의 고장 원인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가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는 "중요 부품이 습기로 망가진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따지고 있지만 수리 기사는 "특정 사용 환경이 고장을 불러 일으켰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일 서울 수유동에 사는 이 모(여. 49세)씨에 따르면 그는 보름 전 시간을 내 밀렸던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기를 켰지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잠시 당황했다.
인근 AS센터에 수리를 요청했고 방문한 AS기사는 세탁기 이곳저곳을 점검, 도어락과 휴즈 부위에 이상이 생겼다며 수리를 진행했지만 증상은 그대로였다.
다음날 다시 방문한 담당기사는 세탁기 안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본체의 제어를 담당하는 PCD(panel board control)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며 14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제 겨우 사용 2년이 된 세탁기의 핵심 부품이 고장난 이유를 묻자 그는 PCD 부위에 ‘습기’가 찬 것이 원인이라며 쉽사리 이해가지 않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 씨는 제품 자체의 불량이 아니냐고 강하게 항의하며 무상으로 부품을 교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AS센터 관리자에게 내용을 전달하겠다며 돌아간 기사는 다음 날 25%가 할인된 10만5천원에는 수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품 교체를 끝냈지만 이 씨의 억울한 심정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이 씨는 “물이 닿지 않을 수 없는 세탁기의 중요 부품에 습기가 닿았다고 고장이 났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제품 자체를 부실하게 설계해 놓고 고장이 나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업체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리를 담당한 서비스 기사는 이 씨의 사용 환경이 고장을 불러 일으켰다는 입장이다.
백 모 기사는 “이 씨의 집 세탁기가 놓여있는 장소는 일반 주택으로 아파트 베란다와는 달리 외풍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공간에 위치하고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 겨우내 날씨가 얼고 풀리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PCD 내에 습기가 쌓여 고장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요 부품의 고장 원인에 대한 수리 기사의 설명을 소비자가 불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업체 측은 이미 적절한 대응을 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세탁기 부품 중 기어 메카만이 핵심 부품으로 분류돼 3년의 보증기간을 갖는다. 나머지는 모두 부속 부품으로 무상수리 기한은 1년”이라며 “이 기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사용에 따른 고장일지라도 수리비를 청구하는 것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PCD 부위에는 본체 버튼 등에 의해 생긴 틈으로 습기가 스며들 수도 있다. 이를 완벽하게 막는 것은 설계상 불가능하다”면서 “이미 임직원 특별 할인가에 부품을 교체했고 현재 추가적으로 발생한 물이 새는 문제에 대해서도 무상 수리해 주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양우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