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하성민 사장이 '금단의 사과'를 땄다. 그동안 신중히 검토하던 애플의 '아이폰'을 들여오게 된 하 사장의 결단에 통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4일 통신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SK텔레콤이 애플과의 협상을 마무리 짓고 이르면 내달 중 아이폰4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향후 출시할 아이폰5의 도입에 대해서도 입을 맞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에 촉각이 곤두섰다.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 소식은 이전부터 심심치 않게 들려왔지만 그때마다 회사 측은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애매한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는 애플의 AS에 대한 정만원-하성민으로 이어지는 SK텔레콤의 CEO들의 강경한 입장에 기인한다.
SK텔레콤의 전 CEO였던 정만원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아이폰 출시에 대해서는 애플과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AS나 배터리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들여오기는 힘들다"고 말해왔다. 이는 현 CEO인 하 사장도 마찬가지다. 하 사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아이폰의 AS문제만 해결되면 들여올 수 있다는 SK텔레콤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불과 열흘 전 있었던 'MWC 2011'에서는 버라이즌의 아이폰 시판에 대해 "얻는 것도 많겠지만 잃는 것도 많지 않겠냐"라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아이폰 도입으로 잃을 수 있는 'AS정책의 후퇴', '삼성과의 관계 악화'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번 양 측의 계약에서 SK텔레콤이 제시한 조건이 정확히 무엇인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의 단호한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애플의 AS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AS정책이 그대로임에도 SK텔레콤이 협상에 나선 까닭은 하 사장 자신이 예전에 했던 발언들을 번복해야 할 만큼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그동안 겉으로는 애플의 AS문제를 지적했지만 이번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게 핵심이 아니었다"며 "결국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으려 했던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작년부터 HTC, 삼성, 모토로라가 모두 KT에 힘을 실어준 것이 이번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 결정의 배경"이라며 "영역을 침범한 KT에 대한 SK텔레콤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23년간 자사에만 단말기를 독점 공급하던 모토로라가 전략모델인 '아트릭스'를 최근 KT에도 동시공급 하기로 결정하면서 'SK텔레콤이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폰' 진영에 대한 영향력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HTC, 팬택, 모토로라와 같은 외국 제조사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가장 큰 파트너였던 삼성전자까지 입장을 선회한 것이 하 사장을 비롯한 SK텔레콤 고위 임원진들에게 큰 위기의식을 갖게 했고 이것이 'AS방식을 바꾸지 않은 애플'을 껴안도록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독점판매의 벽이 허물어지며 본격화되는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합종연횡에 대비한 하 사장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하 사장은 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경쟁사 CEO들과 달리 평사원의 신화를 이룩한 인물이다. 최태원 회장이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준비했을 때부터 함께 하며 지금의 SK텔레콤을 만들었기에 누구보다도 통신업계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 등 아이폰에 대한 방어비용이 도입비용보다 훨씬 큰 상황에서 누군가의 결단이 필요했다"며 "정 부회장과 달리 재무통인 하 사장이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아이폰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경쟁사를 상대로 지난해 390만명의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보했던 하 사장이 같은 무기를 내세웠을 때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4일 주가로도 반영됐다.
아이폰 출시 소식이 전해진 24일 SK텔레콤의 종가는 전일대비 3.17% 상승한 162,5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했던 것에 비한다면 적지 않은 상승폭이다. 반면, 같은 날 KT의 종가는 전일대비 1.24% 하락한 39,800원을 기록했다.
아이폰이 가지는 매력만으로 KT로 이동했던 이들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의 파장은 더욱 심상치않다. 83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네이버의 아이폰 관련 카페에서는 SK텔레콤의 아이폰 출시 소식에 잔뜩 고무된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nohjh8는 "아이폰 때문에 KT로 이동했는데 통화품질이 좋지 않은 탓에 SK텔레콤에서 아이폰 서비스를 시작하면 위약금과 할부금을 다 물고서라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에서 아이폰을 출시 하기 이전부터 이미 구입한 아이폰 단말기에 SK텔레콤의 유심칩을 장착해 써왔던 이들이 1만여명에 이르는 것도 이번 협상이 앞으로 가져올 파장을 예견하게 한다.
한편, KT는 지난해 스마트폰 가입자 245만명 중 200만명 이상이 아이폰 사용자로 밝혀져 절대적인 아이폰 의존도를 보였다.
[biz&ceo뉴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