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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소비자'가 '악덕소비자'로 바뀌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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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소비자'가 '악덕소비자'로 바뀌는 이유
  • 김현준 기자 guswnsl@csnews.co.kr
  • 승인 2011.03.03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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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Daum 아고라,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엔 '롯데마트-동물털(쥐털)육포'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고 롯데마트 측은 '1억원의 보상을 요구한 뒤 들어주지 않자 협박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의 '쥐식빵사건'에 이어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해 폭발을 일으켰던 '환불남사건'등 요즘 들어 '블랙컨슈머' 관련 사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블랙컨슈머'란 환불이나 배상 등을 요구하며 악의적으로 기업에 접근하는 고객을 뜻한다.

소비자-기업 사이의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SNS,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이 가진 위력이 어느 때보다 커진 지금, 다툼의 양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하고 끌려다니던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소비자, 관련기관, 언론 등과 연대하며 함께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힘이 커지면 그 힘을 남용하는 이들이 있게 마련. 기업의 약점을 잡아 한 몫 챙겨보려는 '블랙컨슈머'들이 그들이다.

'블랙컨슈머'들 때문에 피해를 받은 기업들이 공동전선을 펼치기도 한다. 최근 식품업계 전자업계등 업종별로 관계자들이 모여 '블랙컨슈머'문제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빈번해지고 있다.

문제는 관련업계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하소연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데 있다. 상황파악보다 블랙컨슈머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 분석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해법도 겉돌기 일쑤다.

'블랙컨슈머'는 크게 처음부터 돈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악덕 소비자'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민감한 소비자' 두 부류로 나뉜다.

그러나 그 경계가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민감한 소비자가 악덕 소비자로 바뀌는 것도 일순간이다. 프로세스상 문제가 없다며 무조건 소비자과실로 몰아가는 것, 정당한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퉁명스럽게 소통하는 것 등은 '민감한 소비자'뿐만 아니라 '선량한 소비자'까지 '악덕 소비자'로 변모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적은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도 '악덕 소비자'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생각보다 많은 '악덕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대응 미숙으로 만들어진다.

원인을 알면 해법도 쉬울 수있다. 무엇보다 원칙적이고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 뻔한 대답일 수도 있으나 실제론 잘 되지 않는게 문제다.

중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때 학생들이 가장 싫어했던 선생님은 '무서운 선생님'이 아닌 '예측할 수 없는 선생님'이었다. 단순히 무섭기만 한 선생님은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파악만 끝나면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기분에 따라, 어느 때는 혼내고 어느 때는 그냥 넘어가는 선생님, 기준이 모호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

기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용한 소비자의 불만엔 건성으로 상대하다가 목소리가 큰 사람에겐 웬만한 요구를 다 들어준다면, 혹은 불만을 처리하는 고객센터 직원이 누구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블랙컨슈머'로 스스로를 바꿔나갈 것이다.

소비자를 대하는 직원들에게 민원 응대와 관련한 체계적인 법률지식을 습득시키고, 임기응변식이 아닌 정확한 프로세스에 따라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만한 수준의 대처와 보상을 한다면 대부분의 '선량한 소비자'는 물론 '민감한 소비자'까지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소수의 '블랙컨슈머'를 잡으려다 기업에 갖는 소비자들의 좋은 이미지, 신뢰, 기대까지 함께 날려버리지 않도록 많은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biz&ceo뉴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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