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통신사와 제조사의 공조체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베가S’를 출시한 팬택의 전략에 통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갤럭시S와 아이폰 양강을 뚫고 베가S가 팬택의 15분기째 흑자에 기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모토로라 등의 안드로이드폰 진영이 KT에 주력모델을 공급하고 SK텔레콤은 아이폰을 출시키로 결정하면서 견고했던 ‘통신-제조 동맹’의 틀이 깨졌다. 이는 그동안 비교적 다변화돼 있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아이폰-갤럭시S라는 양강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 것을 의미한다. 틈새시장에 있는 제조업체에게는 그만큼 불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팬택은 지난해 339만대의 휴대폰을 판매, 14%의 시장점유율로 2위인 LG전자를 바짝 추격했다.스마트폰 또한 98만대를 공급해 삼성-애플에 이어 3위 사업자로 우뚝 섰다. ‘시리우스’, ‘이자르’, ‘미라크’, ‘베가’ 등 7개 모델을 적기에 출시하였고 대부분 기대만큼의 판매고를 올렸다.
2010년 팬택의 성공은 최고사양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적절한 가격의 보급형 스마트폰을 배합하여 선택의 폭을 다양화한 데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2011년 도약을 꿈꾸는 팬택이 처음으로 출시한 ‘베가S’의 의미는 적지 않다.
베가S는 싱글코어를 탑재한 스마트폰 중 가장 빠른 프로세서와 3G망의 약 두 배 속도인 HSPA+를 지원한다. 싱글코어 스마트폰의 완성형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베가S의 위치와 출시 시기가 묘하다는 점에 있다. 프리미엄이라 하기엔 경쟁모델에 비해 사양이 부족하고 보급형이라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다.
불과 2주 전 열렸던 'MWC 2011'에서는 LG전자의 '옵티머스 2X'를 비롯하여 모토로라의 '아트릭스', 삼성의 '갤럭시S 2',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플레이' 등 ‘듀얼코어’ 스마트폰들이 쏟아져나왔다. '옵티머스 2X'는 이미 출시됐고 '아트릭스'와 '갤럭시S 2' 또한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듀얼코어'폰이 밀려들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싱글코어'인 베가S의 입지가 어정쩡해졌다.
통신업계에서는 ‘베가S’를 ‘듀얼코어’ 후속모델의 징검다리로 보고 있다.
팬택은 올해 국내에서 10종 이상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25% 이상의 점유율로 국내 스마트폰 빅2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이를 위해 최고사양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반기별로 1종씩 선보일 예정이다. ‘듀얼코어’ 스마트폰은 2분기에 출시될 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시장을 지켜줄 전략폰이 필요한 상황. SK텔레콤으로 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20만대를 돌파한 베가X의 후속제품이라면 그 조건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SK텔레콤에서 아이폰을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도 베가S 출시를 재촉했다.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SK텔레콤에서까지 아이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발붙일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팬택으로서는 주요 모델들의 출시주기가 길수록 그만큼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갤럭시S와 아이폰이라는 양강구도 속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면 출시 시기가 적절히 조절돼야 한다.
팬택에게 올해는 2007년부터 5년간 진행돼온 워크아웃을 마감하는 중요한 때다. 이번에 출시되는 베가S가 팬택의 15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줄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biz&ceo뉴스/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

